'퍼퓸' 신성록 "악역만 해와서 '로코' 욕심났죠"
"무대에 서는 원초적 행복 깨달아…관객 반응 보면 보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정윤희 인턴기자 = "뻔했던 장면도 있지만 새롭게 보이는 모습도 있었던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극 '퍼퓸'을 통해 로맨틱코미디(약칭 로코) 장르도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 배우 신성록(37)을 25일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에 까칠한 디자이너 서이도로 변신해 사실상 '2인 1역'이었던 고원희, 하재숙 두 여배우와 자연스러운 호흡을 선보였다.
신성록은 이번 작품에 대해 "대사량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그것 때문에 보람도 있었다. 특이한 대사, 많은 대사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작 '황후의 품격'을 마치자마자 촬영했고, 또 하반기 '배가본드'도 있어 출연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동안 악역 등 센 캐릭터만 연기해왔기에 로코도 해보고 싶어 욕심을 냈다"라고 했다.
"로코 연기는 재밌었습니다. '나와 안 맞는 장르'라는 괴리감은 하나도 없었고요. 고원희, 하재숙 씨와의 호흡도 매우 좋았습니다. 다들 현장에서 대본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여서 촬영도 수월했어요."
그는 다만 29년간 첫사랑만 바라본 서이도 캐릭터에 대해서는 "나는 그렇게 지고지순한 인물은 아니다. 모든 인간을 인간적으로 이해하진 못한다. (수차례 연기해온) 사이코패스도 인간적으로 이해는 안 돼 유추해서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연기했다"라고 털어놨다.
서이도의 경우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에서 소화했던 제레비스 역할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신성록은 말했다.
물론 '퍼퓸'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중년 여성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한다는 대리만족형 소재로 호평받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촘촘하지 못한 스토리 구성에 발목을 잡히며 시청률도 답보했다.
이에 신성록은 "'활자공포증'이 생길 정도로 대본만 들여다봐서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는 제 것을 소화하기에 바빴다"며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다시 살펴보겠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시청률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들을 얻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2003년 SBS TV 드라마 '별을 쏘다'로 데뷔한 신성록은 이후 뮤지컬 무대와 안방극장, 스크린을 부지런히 오가며 특유의 매력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섰다. 특히 그가 거친 여러 악역은 지금까지도 회자할 정도이다.
신성록은 "처음에는 내가 연기에 재능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슬럼프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성장해와서 전보다는 안정적인 것 같다"라고 했다.
"왜 욕심만큼 되지 않는지, 불행할 때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무대에 서 있기만 해도 행복한 거였죠. 그걸 깨달은 후에는 원초적인 행복을 다시 찾은 것 같습니다. 대본을 보면서 상상하고 연기하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피드백을 얻었을 때는 늘 보람을 느껴요. '황후의 품격' 때도, '리턴'도, '퍼퓸'도 그랬습니다."
그는 이미 결혼한 '품절남'이자 '딸바보' 아빠이기도 하다.
신성록은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큰다. 다만 가족 예능 출연은 생각이 없다. 저만 나오는 예능은 좋다"며 웃었다.
차기작 '배가본드'에선 국가 비리에 불응하는 국정원 요원을 연기한다. 신성록은 "냉철하고 차분한 캐릭터"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늘 그를 따라다니는 '카톡개'(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프로도'를 일컫는 말) 별명에 대한 소감도 물었다. 그는 "워낙 강력한 별명"이라고 웃었다.
"처음에는 지겹기도 했는데 요새는 그런 걸 뛰어넘어서 애칭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카톡개라는 별명을 지어주신 분께도 별명을 하나 지어주고 싶네요. (웃음)"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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