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파 활동가들, 옛 '식민지 모국' 영국 상대 광고 캠페인
영국 매체에 디지털 광고…"홍콩 문제에 관심 가져달라" 촉구
가디언 "옛 식민지의 인권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 호소"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의 시위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홍콩의 친(親) 민주파 활동가들이 홍콩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을 상대로 개입을 촉구하는 광고 캠페인에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와 의원들이 홍콩 민주파 활동가들의 디지털 광고의 목표물이 되었다"면서 "이들은 영국에 대해 옛 식민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몇몇 홍콩의 친 민주파 활동가들이 지난 23일 영국의 미디어에 등장한 디지털 동영상의 광고비를 지원했다.
이 디지털 광고는 영국 정부에 대해 홍콩 시민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자들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디지털 광고에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984년 중국과 맺은 홍콩반환협정에 서명하는 장면도 나온다.
홍콩반환협정에는 홍콩 시민의 표현의 자유, 언론 및 출판의 자유 등 기본 인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활동가는 이 디지털 광고에서 "1984년 영국은 홍콩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영국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디지털 광고에는 중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의식해 이 활동가의 신원은 알 수 없도록 처리됐다.
'전 세계의 걱정하는 홍콩인들의 그룹'이라는 이름의 홍콩의 활동가들은 이 디지털 광고를 위해 30만 파운드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반환협정을 위반했다고 비판하면서 영국 정부와 대중들을 상대로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송환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는 특히 지난 21일 발생한 '백색테러'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일 밤 홍콩 위안랑(元朗)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들이닥쳐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고,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국 정부는 홍콩의 시위사태와 관련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원칙에 따라 홍콩의 고도 자치, 권리와 자유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는 또 '백색테러'에 대해 홍콩 경찰의 조사를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관심을 표명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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