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前특검 "트럼프 사법방해 면죄부 주지않았다"…의회서 증언(종합)
'트럼프 퇴임 후 기소될수 있냐' 질문에 "맞다"
공화 "수사 불공평" 트럼프 엄호…민주 "다른 사람은 기소됐을 것"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수사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뮬러 전 특검이 의회에 출석해 공개 증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뮬러 전 특검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시작된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의 부정행위 혐의를 완전히 벗겨준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뮬러 전 특검은 "대통령은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언 받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맞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법무부의 정책 및 공정성 원칙에 따라 우리는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며 "그것이 우리의 결정이었고 오늘까지도 여전히 우리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특검 수사에서 사법방해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면죄부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방해 의혹은 없었고 러시아 공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뮬러 전 특검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러시아 정부의 미국 대선 개입 노력은 미국 민주주의에 가장 심각한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뮬러 전 특검은 자신이 특검에 지명되기 전에 연방수사국(FBI) 국장 자리에 지원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지명 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FBI 업무에 관해 대화를 나눴지만 후보자로서가 아니었다"며 부인했다.
그는 "나는 그 일을 하는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다. 그것은 그 일에 관한 것이었지만, 내가 그 일에 지원한 것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법사위 청문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형사사법 절차 진행을 막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AP는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검에 대해 "성실히 수사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에 관한 적극적인 발언을 유도하는데 주력했다.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행동한 다른 사람은 기소됐을 것"이라며 "이 나라에서는 대통령조차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원 법사위 간사인 더그 콜린스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은 "특검 수사는 불공평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이들은 특검 수사에 대해 "민주당원들과 다양한 적들이 꾸민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동기가 담긴 공격"이라고 말했다. 루이 고머트(텍사스) 의원은 뮬러를 향해 "당신은 불의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콜린스 의원은 "러시아는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 대통령은 러시아인들과 공모하지 않았다"며 "오늘 우리가 듣는 어떤 것도 그런 사실들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증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오전 증언과 관련, 미 언론에서는 새로 드러난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는 의원들의 질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뮬러는 이미 자리잡은 여론을 재편할 수 있는 인상적인 어구들을 제시하기를 꺼리거나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의원들 질문에 짧게 한마디로 대답하는 일이 잦았고 수사 보고서 내용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고 AP는 설명했다.
다만 AP는 "그러나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위축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앞서 특검은 2017년 5월 시작한 22개월간의 수사를 3월 22일 끝내고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5월 29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짧게 입장을 밝힌 뒤 물러났다.
특검은 수사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공모 의혹과 관련해선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많은 접촉이 있었다면서도 불법행위를 공모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의도에 대해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아무런 범죄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지 못하게 하는 어려운 이슈"라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지만, 또한 그를 무죄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증언은 하원 법사위 3시간, 정보위 2시간 등 두 위원회에서 총 5시간 동안 이뤄지는 것으로 계획됐다. 오전 증언은 예정 시간을 넘겨 오후 1시 10분께 마무리됐다. 오후 청문회는 러시아 공모 의혹이 중심 주제다.
한편 오전 청문회는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됐던 하원 법사위의 주(main)청문실에서 열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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