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에 한일 지자체 교류 취소·항공편 운항 중단 속출
외무상·광역단체장, 관광객 감소 의식 '우려' 발언도 잇달아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데 이어 수출심사 우대혜택 부여 대상국(화이트 리스트) 제외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일 지방자치단체의 교류가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저비용 항공사가 일본 내 지방과 한국을 잇는 항공기 운항을 잇달아 중단했다.
24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돗토리(鳥取)현은 지난 23일 강원도와 내달 27~30일 한국에서 개최 예정이던 '한일 수산 세미나'가 강원도 측의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돗토리현과 강원도는 매년 지역을 오가며 세미나를 열어왔는데, 올해는 20회 행사 개최를 앞두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교류사업을 활발히 해 온 부산시는 같은 날 일본의 부당한 경제 제재에 유감을 표명하며 교류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예정된 부산·후쿠오카 포럼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포럼은 2006년부터 매년 열려온 행사다. 여기에 매년 봄 계속된 조선통신사 교류 행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한일 관계에 부침이 있었지만, 꾸준히 전개해 온 사업마저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이미 한일관계 악화로 여러 교류 일정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돗토리현 구라요시시(市)에 따르면 전남 나주시 중학생 10명이 구라요시시 중학생들의 집에서 내달 홈스테이를 할 예정이었지만 나주시가 중단을 통보했다.
경남 거제시는 청소년 20명을 오는 31일~8월 2일 자매결연 관계인 후쿠오카(福岡)현 야메시(市)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취소했다.
강원도 횡성군은 돗토리현 야즈초(八頭町)에서의 어린이 방문 교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면서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는 양국 간 항공편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티웨이항공은 일본 정부가 사실상 보복 조치를 단행한 후 일본의 오이타(大分)현, 구마모토(熊本)현, 사가(佐賀)현과 한국 도시를 잇는 노선의 항공기 운항을 8~9월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국내 저가 항공사인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지난달 시작한 시마네(島根)현과 김포를 잇는 전세기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는 NHK 보도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야마구치 요시노리(山口祥義) 사가현 지사는 "한국 항공편 감소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솔직히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광역자치단체장이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한일 관계 악화로 그만큼 관광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측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상황에 변함은 없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도 양국 사이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정부 사이에서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 사이의 교류가 제대로 계속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총 386만2천7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관광 시장에서 한국인은 중국인에 이어 2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바타 히로시(田端浩) 일본 관광청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부 취소는 있다면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여행에 대한 영향은 한정적이어서 현시점에서 큰 영향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바타 장관은 "향후 한국 여론의 동향 등에 따라서는 일본에 대한 여행을 삼가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에선 자국 정부의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관광이 미래 지향적 관계의 기반이라고 강조하지만, 한국에서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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