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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자 5명 중 1명은 '자회사 고용'(종합)
공공기관은 10명 중 4명…도로공사 등 곳곳 논란
노동계 "처우개선 기대에 못 미쳐…노정 협의 틀 마련하라"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5명 중 1명꼴로 자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3일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2주년을 맞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공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 결정이 내려진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모두 18만4천726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까지 정규직화 목표 인원(20만5천명)의 90.1%에 해당한다.
정규직 전환 결정이 내려진 인원 가운데 실제로 전환이 완료된 인원은 15만6천821명이다. 나머지는 용역 계약 기간 등이 끝나지 않아 아직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인원으로,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을 마친 인원을 정규직화 방식으로 분류하면 직접 고용 12만6천478명(80.7%), 자회사 고용 2만9천914명(19.0%),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제3 섹터 고용 429명(0.3%) 등이다.
5명 중 1명꼴로 자회사에 고용된 셈이다. 자회사 고용 방식은 일부 처우 개선이 있다고 하더라도 간접고용의 틀이 유지되므로 고용 불안이 남아 정규직 전환으로 볼 수 없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이에 따라 자회사 고용 방식은 정규직화가 진행 중인 공공부문 곳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의 일부가 자회사 고용을 거부해 집단해고 사태로 이어졌다.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인원은 중앙 부처와 자치단체, 교육기관의 경우 1명도 없지만, 공공기관은 2만9천333명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581명은 지방 공기업이다.
공공기관에서 자회사 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 인원 비율은 41.0%다. 비정규직 10명 중 4명이 자회사 고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셈이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하고 있다"며 "자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로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처우 개선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월 정규직 전환 인원 1천8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환 전보다 연봉이 평균 391만원(1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인 만족도 설문에서도 고용 안정 4.34점, 정년까지 근무 가능성 4.15점, 소속감 증가 3.99점으로, 만족도가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장관은 "처우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각 기관의 예산 사정 때문"이라며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분야별, 기관별로 처우 수준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처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인원을 정규직 채용 방법으로 나눠 보면 전환 채용이 82.9%, 경쟁 채용이 17.1%였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전환 대상 일자리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그대로 정규직화하는 전환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전문직 등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경쟁 채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부문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비정규직 채용 사전 심사제'는 공공부문 기관 862곳 가운데 502곳(58.2%)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채용 사전 심사제가 계속 운영되면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관행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동계는 이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실적 발표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을 통계 수치로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며 "3단계 전환 대상(민간위탁 사업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손을 놓아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연간 평균 391만원에 달한다고 자랑한 임금 인상의 대부분은 당연히 인상될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 인상분"이라며 "2020년 예산 편성 마감 전에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위한 노정 협의 틀부터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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