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임기' 마치는 문무일…"검찰권 분산·통제 앞장"
文정부 첫 총장, 각종 검찰제도 개편…"잘못된 검찰권 행사 반성"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서 파열음…'수사권 조정' 놓고 정부와 대립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24일 퇴임하는 문무일 검찰총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과거사 사건을 재수사하고, 비대한 조직의 권한을 분산하는 등 검찰권 행사에 대한 반성을 실행에 옮긴 첫 검찰 수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으로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횡령 사건,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 이른바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했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등에서는 여권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안을 다루면서 나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 총장이 이끈 검찰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전향적인 과거사 정리가 꼽힌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최근까지 인권침해와 권한 남용 등의 비판이 일었던 사건 처리를 두고 검찰의 자기 반성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문 총장 체제에서의 검찰은 과거사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지 않았다.
과거 잘못된 사건 처리를 두고 문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선 처음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에 사과했다.
2017년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 과거사에 대한 첫 대(對)국민 사과를 한 문 총장은 이후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 입장을 전달했다.
문 총장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이나 '장자연 사건' 등을 재조사했다. 과거 검찰수사가 부실했거나 검찰권 남용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또 김학의 전 차관 등 공소시효가 남은 일부 사건의 연루자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과거 검찰의 잘못된 기소로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에도 적극적이었다. 2017년 8월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217명에 대해 검찰총장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이후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과 부마 민주항쟁 관련 사건 등 총 487명에 대해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문 총장은 검찰 스스로 권한을 분산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제도화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우선 검찰의 직접 수사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취지에서 검찰 수사과의 기능을 기존 인지 사건 중심에서 고소 사건 중심으로 전환했다. 대검 반부패부와 강력부를 통합하는 등 특별수사 조직과 기능을 전면 개편했다.
문 총장이 조세범죄와 마약·조직범죄에 대한 1차 수사를 담당할 수사기구인 조세범죄수사청, 마약·조직범죄수사청 도입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한 것도 검찰 권한 분산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외부 전문가들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적 관심이 쏠린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1·2심에서 연이어 무죄가 선고된 사건의 상고 여부를 형사상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한 것은 과거의 검찰과 달라진 면으로 평가된다. 검찰이 권한을 많이 가진 만큼 외부의 견제나 통제를 받겠다는 뜻을 제도화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경우 꼼꼼히 기록하도록 했다. 기록이 없는 의사 결정은 정치적 외압이나 조직 상층부의 부당한 지시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검찰 수사 지휘라인의 최상위층인 대검에 인권수사자문관 5명을 배치해 수사 적법성과 적정성을 점검하게 한 것은 검찰권 행사를 스스로 통제하려는 시도였다.
문 총장은 이외에도 대검에 인권부를 신설하고 변호인의 수사 과정 참여권을 강화하는 등 검찰의 인권 옹호 기능을 강화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서민다중피해범죄대응 TF'를 설치하는 등 민생과 직결되는 형사부 전문화 추진에도 성과를 냈다.
다만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등 일부 수사와 관련해서는 지휘 과정에서 수사 담당한 검사들과 갈등을 빚는 등 리더십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감한 검찰 제도 개편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적폐수사를 이끈 문 총장 역시 임기 후반에 정부와 맞선 사례가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문 총장의 반발이다.
국회에 제출된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문 총장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를 두고 검찰의 수장으로서 소신을 지켰다는 평가가 있지만 비판적인 지적도 없지 않다. 검찰권 분산이라는 소신을 지닌 문 총장이 본격적인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다시금 조직 논리를 앞세워 소극적 입장을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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