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수리' 이란 유조선 두 달 반 만에 출항(종합)
이란 "수리 끝났는데도 사우디가 이유없이 출항 불허"
스위스·오만 중재한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석유부는 4월 30일 홍해상에서 엔진이 고장 나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항에서 수리하려고 정박했던 이란 유조선 해피니스1호가 20일(현지시간) 출항했다고 확인했다.
선박 정보회사 마린트래픽스에 따르면 이 배는 20일 오후 4시께 제다 항구를 출발해 이란 남동부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라크르 섬으로 항해하고 있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도로·도시개발부 장관도 21일 "(사우디와) 협상 끝에 해피니스1호가 이란이 보낸 견인선 2척에 이끌려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으로 20일 출발했다"라고 말했다.
이 유조선은 원유를 싣고 수에즈 운하로 향하다 4월 30일 제다에서 약 70㎞ 떨어진 홍해 위에서 엔진실에 물이 차는 고장을 일으켜 조난 신호를 보냈다.
사우디 해안경비대는 이 신호를 접수해 5월 2일 선원을 구조하고 제다항으로 견인해 수리했다.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가 중동의 첨예한 긴장 속에서 국제법에 따라 이란의 유조선을 도왔다는 사실만으로 '미담'으로 기록되는 듯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해피니스1호를 소유한 이란 국영 유조선회사(NITC)는 이달 초 수리가 다 끝났는데도 사우디 당국이 별다른 이유 없이 출항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하루에 20만 달러(약 2억3천만원)의 추가 비용을 정박·관리비 조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이달 2일 "사우디가 통상 수리비의 7∼8배를 청구했음에도 NITC가 이를 다 지급했다. 수리비를 완납했지만 사우디 당국이 출항 요청을 거부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에서는 사우디가 이란 유조선을 사실상 '인질'로 잡고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 관계 당국은 이 주장에 공식 대응하지 않았다.
이란 측이 제기한 대로 사우디가 고의로 출항을 불허한 게 사실이라면, 사우디는 최근 영국과 이란이 상대방 유조선을 억류하면서 긴장이 첨예한 예민한 상황인 만큼 해피니스1호가 자국을 이란이 공격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서둘러 출항시켰을 수 있다.
해피니스 1호의 출항 허가와 관련,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1일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단절 탓에 여러 외교적 통로로 이 문제를 다뤘다"라고 설명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편의를 제공한 사우디의 관련 당국자뿐 아니라 스위스, 오만에 감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일 사우디 근해에서 부상한 사비즈 호의 이란인 선원도 사우디 지잔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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