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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버스·화물차연합회·공제조합, 예산·채용관리 '엉망'
연수계획서 한장 없이 외유성 해외연수…불참자에게도 연수비 지급
판공비 2억원 넘게 쓰고도 영수증은 없어…업무연관성 입증 못 해
전문대졸업자·여성·30세 초과는 '서류 탈락'…국토부 감사서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택시·버스·화물차 등 자동차운수 관련 5개 연합회와 그 산하 공제조합이 예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하고 채용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부실한 운영으로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이들 단체 임원들은 해외연수를 핑계로 외유성 관광을 다녀오고 판공비를 쌈짓돈처럼 써오다 국토교통부 감사에 적발됐다.
직원 채용과정에서는 전문대 졸업자, 여성, 30대 이상 지원자 등을 부당하게 차별한 것이 드러났고, 임원 추천자를 특별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부적절한 채용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 외유성 해외연수 만연…'여비'까지 두둑이 챙겨줘
국토부 감사담당관실은 최근 자동차운수 관련 5개 연합회와 산하 공제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결과와 처분요구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수감 기관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및 공제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및 공제조합,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및 공제조합,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및 공제조합,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및 공제조합 등이다.
감사 결과를 보면 먼저 임원 등의 부적절한 외유성 해외연수가 눈에 띈다.
택시연합회는 2017년 11월 임원 14명에 대한 중남미 해외산업 시찰을 하면서 예산 한도인 1억2천만원을 넘겨 2억원에 여행사와 계약을 맺은 것이 드러나 국토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감사 결과 이들은 아예 시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연수를 강행했고, 멕시코에서 선상 크루즈 여행을 하는 등 관광성 연수로 일정을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택시조합연합회도 작년 3월 임원 15명이 홍콩·심천·마카오 해외연수를 다녀오면서 임의로 예산 5천651만원을 집행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개인택시조합연합회 역시 시찰 목적에 합당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관광성 연수를 실시했다. 이들은 연수자 15명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현금 50만원씩 총 650만원을 부적정하게 지급하며 '여비'까지 챙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버스연합회는 2015년 11월∼2017년 6월 조합 이사장 등이 참여하는 해외연수를 진행하면서 해외연수에 참석하지 않은 이사장들에게도 해외연수비를 지급하는 등 총 3천240만원을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조사돼 국토부가 전액 회수할 것을 권고했다.

◇ 판공비는 '쌈짓돈'…돈 썼지만, 증빙서류는 없어
예산을 쌈짓돈 쓰든 하는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택시연합회 공제조합 A 지부에서는 지부장이 2016년 3월부터 작년 6월까지 업무와 관련 없는 골프 비용으로 총 52회에 걸쳐 1천346만원을 판공비로 부당하게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또 이 지부장은 판공비·경조사비 명목으로 20회에 걸쳐 561만원을 현금으로 수령해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총 1천907만원에 대한 회수 조치 및 경고를 공제조합에 권고했다.
개인택시조합연합회 공제조합은 회장 활동비 명목으로 2016년 1월∼2017년 6월 총 74회에 걸쳐 8천59만원을 회장에게 지급하면서 사용처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받지 않아 업무와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해 지적을 받았다.
이 공제조합은 또 법인카드로 7회에 걸쳐 1천42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근거를 남기지 않아 주의·경고 조치를 받았다.
버스조합연합회 공제조합은 수당 중복 지급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 공제조합은 작년 9월 제주도 한 호텔에서 운영위원회와 운영위 소위원회를 거의 동시에 열면서 위원 10명에게 위원회 참석수당 50만원을 지급한 뒤 소위원회 참석수당 명목으로 추가로 5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이 공제조합은 2016∼2018년 총 5회에 걸쳐 소위원회 위원에게 총 2천310만원을 추가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버스연합회는 작년 사고감소활동비로 예산 1억5천600만원을 편성한 뒤 이 가운데 921만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사용처에 대한 증빙서류를 제출받지 않아 주의·시정·경고 조치됐다.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역시 작년 1∼8월 판공비 2억2천634만원을 사용했지만, 이에 대한 증빙서류가 없었다.

◇ 채용관리도 '엉망'…고졸·여성·30세 초과는 '서류 탈락'
균등한 기회가 보장돼야 할 채용 과정에서도 이들 연합회·공제조합은 부실한 관리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다.
택시조합연합회 공제조합은 2016년 10월 공채 서류전형 과정에서 고용정책기본법·내부 채용관리 규정 등을 어기고 남성, 4년제 대학 졸업자, 해당 지역 출신, 30세 이하에 해당하는 지원자만 합격시켰다.
당시 서류 지원자 23명 중 5명이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는데, 불합격자 중 12명은 성별, 학력, 출신 지역, 나이 등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공제조합은 다음해 5월 실시한 공채 서류전형에서도 법규를 어기고 30세 이하 지원자만 합격 시켜 또다시 4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왔다.

화물차연합회 공제조합은 공채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부 인사 규정을 무시하고 임원 추천 특별채용으로만 채용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조사 결과 화물차 공제조합은 2015∼2018년 총 39명을 채용하면서 모두 공채가 아닌 특채로 뽑았고, 임시직(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형식상 전환시험을 거쳐 모두 정규직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물차 공제조합은 2015년 국토부 정기종합감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로 지적을 받아 이를 개선하겠다고 해놓고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경고, 주의, 시정, 징계 등 합당한 처분을 내리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연합회·공제조합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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