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남해 섬마을 할아버지의 특별한 응원기 "내 손주 잘한다"
다이빙 김지욱의 조부, 암투병하면서도 광주에서 응원
"손주 올림픽 나가는 모습, 언젠간 꼭 직접 볼 것"
(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인구 3천700명의 경남 남해군 고현면 섬마을.
이 동네에서 한평생을 보낸 김기율(80) 할아버지는 며칠 전부터 동네 주민들에게 20일 하루 동안 시간을 비워두라고 신신당부했다.
김 할아버지는 20일 오전 11시, 주민 20여명과 전세버스를 타고 남해를 출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광주에 도착했다.
경기장 관중석 한쪽에 자리를 잡은 김기율 할아버지는 아내와 아들, 며느리, 이웃들과 함께 목청 높여 손자의 이름을 불렀다.
김 할아버지는 "손주가 큰 대회에 나간다고 해서 아들의 도움을 받아 왔다"며 "생전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기율 할아버지의 손자인 김지욱(무거고)은 이날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혼성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경기에 출전했다.
김지욱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 건 처음이었다.
그는 고교 선배인 김수지(21·울산시청)와 함께 짝을 이뤄 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김지욱-김수지 조는 18개 팀 중 15위를 기록했다. 입수에서 실수해 점수가 깎인 4차 시기가 아쉬웠다.
그러나 김기율 할아버지는 "그만하면 잘했다"며 "내 눈엔 지욱이가 제일 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율 할아버지에게 이 경기는 특별했다. 김 할아버지는 최근까지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 생활을 했다.
다행히 많이 회복했다고 하지만, 건강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에겐 먼 거리 이동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비바람을 뚫고 손자의 경기를 두 눈에 담았다.
김기율 할아버지는 "지금은 건강해졌다"며 "이렇게 손주의 경기를 직접 보니 기쁘다"며 웃었다.
손자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모습도 직접 보셔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그럼,그럼"이라며 흐뭇해했다.
가족들의 응원을 듬뿍 받은 김지욱은 쑥스러운 듯했다.
다이빙 대표팀 막내인 김지욱은 "온 가족이 응원해주셨는데,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한 것 같다"며 "더 열심히 훈련해 할머니 할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로 김지욱은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그는 일단 학교로 돌아가 공부와 운동에 매진할 계획이다.
학교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다. 그에겐 언젠가 할아버지께 올림픽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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