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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언론 "1987년 한국 대선 전 여당 부정선거 모의"
CIA 정보 보고 "노태우 후보 패배 시 선거 무효 선언도 검토"
SCMP "야권 분열 책임론으로 선거 조작 주장, 호응 얻지 못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987년 한국 대선 전에 여당이 부정선거를 모의했으며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 무효 선언을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SCMP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획득한 자료들에 따르면 CIA는 당시 정보 보고에서 이러한 정황을 자세히 다뤘다.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따라 이뤄진 12월 16일 대선에서는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여권 후보로 나왔으며, 야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출마했다.
그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각각 28%, 27% 득표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선 전 여당은 노태우 후보의 패배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으며, 그 결과 선거를 조작하고자 하는 상세한 계획을 작성했다고 CIA 자료는 전했다.
대선 수일 전 작성된 CIA 정보 보고에서는 "여당 간부들은 노태우 후보의 (당선) 전망을 놓고 분열했으며, 선거를 조작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조작 계획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 23일 작성된 정보 보고에는 "민정당은 군부와 노태우 후보의 관계 때문에 선거에서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졌다"며 "그 결과 그들은 흑색선전과 투표 조작 등 더러운 술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보 보고가 인용한 한 소식통은 "여당 전략가들은 초기 개표 결과 노 후보가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경우, 조작의 증거를 날조해 전두환 대통령이 선거 무효를 선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SCMP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 보좌관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CIA 정보 보고는 당시 정부가 선거 후 불만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방안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 정보 보고는 "김대중 후보가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선동할 경우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도 준비됐다"고 밝혔다.
12월 11일 정보 보고는 "정부 관료들은 노태우 후보가 승리했을 때 광범위한 불만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이나 제한된 긴급조치를 발동해 이를 조기에 진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선 후 일부에서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야권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는 여론으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CIA도 이러한 시각을 공유했다고 SCMP는 전했다.
CIA는 선거 후 정보 보고에서 "노태우 후보의 당선에 대한 절제된 여론 반응은 한국인들이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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