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코언, 성추문 입막음용 합의금 협상 전날 8분 통화"
FBI, 트럼프 변호사 코언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기재
법원, 문건 공개 파장…'트럼프-코언-힉스' 3자통화 등 관여 정황 담겨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 돈 거래를 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주장이 담긴 미 연방수사국(FBI) 문서가 1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 문서는 지난해 4월 연방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데 사용한 것이다. FBI가 트럼프 대통령 성추문 입막음용 돈 수사와 관련해 코언 외 추가 기소 없이 수사를 종료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연방법원 판사는 "문서를 비밀로 할 이유가 없다"며 공개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급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그러나 공개 문서에는 트럼프가 코언과 대선캠프 참모였던 호프 힉스 전 백악관 공보국장과 함께 이 문제를 다룬 정황이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공개된 문건에는 '불법적인 선거 기부금 음모(scheme)'라는 제목이 적힌 FBI의 압수수색영장 청구서 19장이 포함돼 있다. 이 영장 청구서는 2016년 대선 당시 코언이 트럼프와 포르노배우 대니얼스의 변호사, '내셔널 인콰이어' 타블로이드 신문의 발행인 아메리칸 미디어사(AMI) 임원들과 여러 차례 교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내셔널 인콰이어 발행인은 트럼프에게 '비호의적인' 이야기에 대한 권리를 사들이되, 발행은 하지 않은 방식으로 트럼프를 돕겠다는 제안을 했다.
FBI는 코언이 입막음용 합의금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트럼프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접 통화했으며, 대선캠프 참모들과는 거의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FBI는 그러나 대선을 한 달 앞둔 2016년 10월 8일 저녁에는 트럼프와 코언, 힉스가 3자통화 방식으로 4분 이상 통화했고, 또한 코언은 힉스, 트럼프의 지인인 데이비드 헤커 AMI 최고경영자, 딜런 하워드 AMI 임원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한 뒤, 다시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8분간 통화했다고 영장청구서에 적시했다.
이날 저녁, 하워드는 코언에게 대니얼스의 변호사인 키스 데이비드슨을 언급하며 "키스가 그것을 할 것이다. 내일 다시 모이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다음날 하워드는 코언과 데이비드슨을 문자메시지로 서로 연결해주고 합의금 협상을 시작하도록 했다고 FBI는 설명했다. 데이비드슨은 이달 말 코언에게서 입막음용 돈 13만 달러를 지급받았다.
이와 관련, 힉스 보좌관은 올해 초 열린 연방하원 법사위에 출석해 "트럼프와 코언의 대니얼스에 대한 논의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트럼프의 집사이자 해결사로 불렸던 코언은 압수수색 이후 검찰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정면으로 겨냥하자 '트럼프 저격수'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돈 지급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코언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걸 알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화가 났지만,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그런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코언은 금융사기와 탈세 등 개인 비리 혐의를 잡은 검찰에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감형받는 플리바겐을 선택하고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도 협조했다. 결국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지난 5월 뉴욕 인근 연방교도소에 수감됐으며, "할 말은 아직도 많다"며 "진실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폭로가 이어지자 대니얼스 등 2명의 여성에게 합의금이 이뤄진 것은 나중에 알았다고 '공모'를 부인하고, 코언을 향해 "쥐새끼(rat)가 됐다"고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와 관련, CNN은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성인잡지 모델 캐런 맥두걸과의 성 추문을 무마하려고 입막음 합의금을 지급하는 문제로 코언과 대화하는 녹음테이프를 입수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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