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족계획연맹, 임신중절 정보제공 금지 규정에 반기
임신중절 옹호론자를 새 수장으로 임명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보건복지부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시민단체를 상대로 여성에게 임신중절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효한 가운데 미국내 최대 가족계획지원단체인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PP)이 수장을 교체하고 새 규정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방정부 예산을 받는 PP의 로비 담당자 재클린 에이어스는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의료제공자들이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따를 수 없다"며 "제휴 병원은 정부 예산을 받지 않고, 대신 긴급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의회를 통해 금지 규정 철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PP는 400여개의 제휴 병원을 통해 연간 400만명의 여성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내 최대 규모 가족계획 지원 단체로,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가족계획 프로그램 '타이틀 엑스'(Title X)'를 운영 중이다.
연간 2억6천만달러(한화 약 3천69억원)의 연방 예산이 이 프로그램을 위해 쓰인다.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연방 예산으로 임신중절 시술을 하지 못하는 법에 따라 PP는 직접적으로 임신중절 비용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여성들에게 관련 정보는 제공해왔다.
그러나 보건부는 지난 15일 임신중절 안내도 금지하는 새 규정을 발효하고, 가족계획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병원과 임신중절을 지원하는 병원은 재정적으로 분리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임신중절에 반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결정이라는 것이 안팎의 관측이다.
PP는 이와 함께 임기를 1년도 못채운 리아나 웬 회장을 해임하고, 정치운동가이자 임신중절권 옹호론자인 알렉시스 맥길 존슨을 새 수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존슨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비롯한 각종 차별을 없애기 위한 연구단체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연맹은 수장 교체 배경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웬 전 회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사회가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놓고 논의를 지속했으며 "비밀 회동"을 열어 자신의 해임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맹의 미래와 방향을 놓고 새 이사진과 '철학적 견해차'로 떠나는 것"이라며 "임신중절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이것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보건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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