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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시인이 귀 기울인 마음의 소리
김경미 에세이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가는 건 어리고 미성숙하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이야. 제대로 된 방향 감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에 오히려 걸음을 멈추고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살필 줄 알지. 그러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너무 답답해하거나 초조해하지 말아라. 제자리걸음은 발전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성숙한 존재란 뜻이니까."
정상급 라디오 방송작가이면서 중견 시인인 김경미가 쓴 수필집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혜다 펴냄)의 한 대목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다 보니 현대인은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하지만 발걸음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 누군가 우리를 추월해 밟고 지나갈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미는 그런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히려 잠시 숨을 돌리고 물 한 잔 마시며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쯤인지 자문해보라고 속삭인다.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지금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과연 당신만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사람인지, 아니면 당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가 여유를 갖고 자신의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 80여편 에피소드에는 일상에서 놓치고 지나간 우리 마음속 편린들이 담겼다.
중견 시인답게 익숙한 이야기도 새롭고 아름다운 언어로 조탁해내는 재주가 돋보인다.
김경미는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올랐다.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밤의 입국 심사' 등 시집을 펴냈다. 노작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을 받았다.
방송 작가로도 경력이 화려하다. '별이 빛나는 밤에' '김미숙의 음악 살롱' '노래의 날개 위에' 등 유명한 장수 프로그램 원고를 썼다. 2007년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도 받았다.
배우이면서 방송인인 김미숙은 추천사에서 "매일 그녀가 쓴 글을 읽는다. 내 목소리에 실린 그녀의 글은 라디오 전파를 타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진다"면서 "소박한 밥상을 마주했을 때 짓게 되는, 그런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글들"이라고 말했다.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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