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한국 여자 수구 첫 슈팅' 송예서 "한골은 꼭 넣을 거예요"
헝가리전에서 첫 슈팅 기록…"유튜브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겨뤄 영광"
0-64 패배의 '극한직업' 골키퍼 오희지…"관중분들 응원에 힘 났어요"
(광주=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역사적인 대패였지만,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은 14일 광주 남부대 수구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수구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헝가리에 0-64(0-16 0-18 0-16 0-14)로 졌다.
지난 5월 결성돼 6월부터 연습을 시작한 '구력 한 달 반'의 한국 여자 수구 대표팀은 유럽의 강호 헝가리를 맞아 힘든 경기를 펼쳤다.
일방적인 공세를 이어간 헝가리는 끊임없이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고,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단일 경기 최다 점수 차 승리를 만들어냈다.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 대표팀 선수 모두는 경영 선수 출신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제대로 수구 공을 잡아볼 기회도 없었다. 팀 결성 후 치른 연습경기는 5∼6번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여자 선수가 없어 남자 고등학교 선수들과 진행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경기 후 송예서(18·서울체고)는 "경기를 보신 분들이 실망하셨을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 준비해서 치른 시합이라 저희는 만족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송예서는 경기에서 한국의 첫 슈팅을 기록했다. 상대 골키퍼에 막혀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여자 수구 사상 첫 공식경기 슈팅이었다.
그는 "슈팅하고 후회를 많이 했다"며 "더 세게 힘을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연습한 대로 슛을 시도해봤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꼭 내가 아니더라도 남은 경기에서 팀이 한골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직접 만나본 헝가리는 체격뿐만 아니라 기술에서도 한국에 크게 앞섰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함도 대단했다.
송예서는 "다들 구력이 10년 이상 되다 보니 반칙이 안 불리는 선에서 수영복을 당긴다거나 출발할 때 상대 허벅지를 차고 나가는 등 노하우가 뛰어났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니, 실력 차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유튜브로만 봤던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겨뤄본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바빴던 선수는 주전 골키퍼인 오희지(23·전남수영연맹)였다.
김민주(17·서울청원여고)와 함께 경기 내내 쏟아진 헝가리의 71개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낸 그는 경기 후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에 임했다.
오희지는 "생각보다 공의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았다"면서도 "수비 자세가 몸에 완전히 익지 않아 구석을 찌르는 느린 공에 대처하기가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따금 슛을 막아낼 때 관객분들이 큰 환호성을 보내주시는 것을 들었다"며 "덕분에 힘을 내고 한골이라도 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몸 이곳저곳에 부상을 안고 있었다.
연습 도중 공에 맞아 부러진 코뼈는 아직 완전히 붙지 않았고, 팔꿈치와 손가락에도 부상이 있었다.
팀의 주장이자 맏언니인 오희지는 "내가 골키퍼인데 선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이 기죽을까 봐 걱정됐다"며 "경기 전 테이핑도 따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팀원들이 애교가 많아 팀 분위기도 좋고, 단합도 잘 된다"며 "비록 첫 경기를 크게 졌지만, 아이들을 잘 다독여서 남은 경기 한골이라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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