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도 감탄한 비췻빛 청자…100년 만에 강진으로
고려청자박물관, '강진 청자요지 발굴유물 특별전'
(강진=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1914년 강진 청자요지 첫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청자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은 19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하늘의 조화를 빌리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100여 년 전인 1914년 6월 매일신보(每日申報)에 강진 청자요지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되며 발굴 장면과 출토된 청자 사진이 실렸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純宗)이 그해 4월 발굴조사의 출토 유물을 창덕궁 주합루에 진열하고 신문기자들을 초청해 공개하며 언론에 알려졌다.
고려청자박물관은 수년 전부터 강진 청자요지 발굴조사와 관련한 오래된 자료를 수집해왔다.
1914년에 처음 발굴조사가 이뤄진 뒤 1928년과 1938년에 두 차례 더 공식적인 조사가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발굴조사 관련 사진과 도면 등을 정리, 이번 특별전을 통해 청자유물과 함께 공개한다.
특별전에서는 1910∼1930년대에 조사된 청자와 함께 최근 고려청자박물관 서남쪽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성에서 출토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도 12점이 포함됐다.
1914년 발굴된 유물들은 일련번호를 부여해 관리하고 당전, 미산, 관찰산 등 마을이나 산 이름을 크게 먹으로 써넣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릅뜬 눈만 부각시켜 조각한 황이(黃彛)를 비롯해 정교한 국화와 연꽃 장식의 받침(臺)은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한 제기로 이번 특별전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이다.
고려청자 제기는 당시 고려가 중국 송나라의 제기를 그림으로 그려 설명한 제기도(祭器圖)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학자들에게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롭게 확인되거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문양의 청자도 있다.
안쪽에 공간 분할이 되어 있는 필통, 팔각형의 접시에 문양을 찍어내는 도범(陶范), 처음 보는 장신구와 옷을 입은 아이 등 강진 청자요지가 고려청자의 보고임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현재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청자들이 강진에서 만들어졌음을 증명하는 청자 유물들도 전시된다.
복숭아를 들고 있는 인물 모양의 주자(국보 제167호), 물오리가 노니는 연못 풍경을 조각한 정병(보물 제344호), 울창한 대숲을 연상시키는 죽절문병(국보 제169호) 등이 강진 청자요지에서 제작됐다.
고려청자의 본고장인 강진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전시된 청자의 기술적 수준은 가히 하늘의 조화를 빌려와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감탄할 만하다.
김병관 고려청자박물관장은 "고려청자박물관이 국가귀속문화재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지정(2017년 10월)받았기 때문에 연차적으로 조사된 청자를 박물관에서 소장·전시한다"고 말했다.
진행 중인 박물관 주변 사적지 발굴조사로 새롭게 출토되는 유물들도 신속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chog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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