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사나이' 이범호, 현역 마지막 타석도 만루(종합)
마지막 타석 마친 뒤 눈물…은퇴경기서 2타수 무안타 볼넷 1개
(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통산 만루홈런 1위 이범호(38·KIA 타이거즈)가 만루 상황에서 현역으로 마지막 스윙을 했다.
이범호는 1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3-7로 뒤진 6회 초 대수비 박찬호와 교체됐다.
이범호는 자신의 은퇴 경기로 치러진 이 날 경기에서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0-2로 뒤진 2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팀 선발 서폴드를 상대로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0-4로 뒤진 4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선 중견수 뜬 공으로 아웃됐다.
5회 말엔 의미 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KIA는 1사 후 오선우, 김민식, 김주찬, 김선빈, 프레스턴 터커의 연속 안타로 3점을 얻어 3-7로 추격했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안치홍이 상대 팀 야수 선택으로 비디오 판독 끝에 출루해 2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드라마 같은 장면이었다. 이범호는 전날까지 정규시즌 만루 홈런 17개를 기록해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있다.
관중들은 박기택 주심이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 판정을 내리자 모두 일어나 이범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대기 타석에 있던 이범호는 주먹을 불끈 쥔 뒤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서폴드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헛스윙해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 몰렸다.
3구 볼을 골라낸 이범호는 4구째 공을 힘차게 스윙했다.
아쉽게도 타구는 홈런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공은 좌측 방면으로 힘없이 날아가 좌익수 양성우에게 잡혔다.
그는 6회 초 자신의 등번호 25번을 물려주기로 한 박찬호와 교체된 뒤 관중석을 향해 두 손을 들고 감사 인사를 올렸다.
이후 더그아웃으로 걸어간 뒤 진한 눈물을 흘렸다. 코치진과 동료들은 이범호를 안아주며 긴 여정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범호는 통산 19시즌 동안 2천1경기에 출전해 6천370타수 1천727안타, 타율 0.271, 329홈런, 1천127타점, 볼넷 863개를 기록하고 현역을 마감했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