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10주년 포항 중성리 신라비, 세계기록유산 가치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18∼19일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현존 최고(最古) 신라비인 '포항 중성리 신라비'(국보 제318호) 발견 10주년을 맞아 비석이 지닌 세계기록유산 가치를 조명하고 연구 성과를 돌아보는 학술 행사가 열린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한국고대사학회와 함께 18일부터 19일까지 경북 경주드림센터에서 '신라 왕경과 포항 중성리 신라비'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포항 중성리 신라비는 지난 2009년 5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중성리 도로공사 현장에서 출토됐다.
모양이 불규칙한 화강암에 모두 203자를 새겼는데, 비석을 제작한 501년 당시 신라 관등제 성립 과정, 지방 통치 양상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내용은 흥해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을 신라 왕경 귀족이 개입해 해결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술회의 첫날에는 중성리 신라비를 또 다른 6세기 초반 동해안 신라비인 '포항 냉수리 신라비'(국보 제264호), '울진 봉평리 신라비'(국보 제242호)와 묶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세 비석과 유사한 사례로는 일본이 2017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고즈케(上野) 삼비(三碑)가 있다. 고즈케 삼비는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高崎) 서남부에 있는 7∼8세기 비석인 야마노우에비(山上碑), 다고비(多胡碑), 가나이자와비(金井澤碑)를 통칭하는 말이다.
11일 배포된 발표문에 따르면 군마현지역문화연구협의회 소속 마에자와 가즈유키(前澤和之) 씨는 고즈케 삼비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거의 완전한 형태로 원위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일본 최고 석비군임을 내세우고, 신라 석비를 원류로 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변용한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권력자가 아닌 사람들이 1천300년 동안 비석을 지켜왔다"며 "비석 건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공유의 문화이며, 각각의 비석에는 시대성과 지역성을 반영한 특색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빈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비석과 명문(銘文·금석에 새긴 글) 12건을 소개하고 "해당 유산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리하고, 연관된 세계유산이 있다면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과 비교해 등재 신청서 작성 전의 과정이 제출 이후보다 어렵고 험난하다"며 "등재 논리와 증거를 확고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술회의에서는 중성리 신라비 세계기록유산 가치 고찰 외에도 글씨 특징과 서예사적 의의, 국어사적 의의, 문서 격식, 상고기 신라 지역 지배, 비석에 나타나는 탈(奪)과 환(還)의 대상 등 다양한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연구소는 하일식 연세대 교수가 중심이 돼 진행한 3D 스캔 판독문도 공개한다. 그간 학계에서 논란이 된 글자에 대한 판독 결과를 담았다. 예컨대 1행 6번째 글자는 사(斯)가 아닌 절(折), 3행 11번째 글자는 본(本)이 아니라 졸(卒) 이체자로 봤다.
연구소 관계자는 "판독문이 비문 해석의 새로운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학술회의를 계기로 중성리 신라비의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재조명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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