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침뱉은 청년들 "위안부 피해자들 조롱하려고 그랬다"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 외친 사실도 경찰조사서 밝혀져
위안부 할머니들, "진정성있는 사과한다면 고소않겠다" 기존입장 유지
(안산=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어 공분을 산 한국인 청년들은 애초부터 소녀상이 상징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조롱하고자 이러한 행위를 한 것은 물론, 사건 당시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10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해 모욕 혐의로 입건된 A(31) 씨와 B(25) 씨 등 20∼30대 남성 4명은 범행 동기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범행 당시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도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아울러 범행 장면이 찍힌 CC(폐쇄회로)TV 등에서 A 씨 등이 당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한 것에 더해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오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고 할머니들에게 A 씨 등에 대한 고소 의향을 재차 확인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여서 경찰은 앞서 할머니들에게 고소 의향을 물었지만, 할머니들은 "청년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A 씨 등이 사과하면 받아들이고 고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할머니들은 A 씨 등의 모욕 행위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으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나눔의집 측은 A 씨 등이 사과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할머니 6명을 대리해 A 씨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최근 A 씨 등이 연락을 해왔는데 그들 사이에서 할머니들께 사과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서 일단 고소장을 냈다"며 "처벌보다는 사과하도록 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할머니들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A 씨 등은 지난 6일 0시 8분께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하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를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들은 A 씨 무리 중 1명이 일본어를 구사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일본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zor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