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초대형선 내년 4월부터 운항…부산항 물동량 견인 기대
해운동맹 가입 등 시너지…"부산항 처리 물동량 2배로 증대 예상"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현대상선이 새로 건조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내년 4월부터 운항에 들어가 부산항 물동량 증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인 2만3천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12척을 내년 4월부터 매주 1척씩 차례로 인수해 아시아∼유럽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20피트 컨테이너 2만3천개를 실을 수 있는 이 선박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가운데 가장 크다.
이 선박들이 운항하면 현대상선의 선복량(선박의 화물적재 능력)은 2M 해운동맹에 빌려줘 돌려받을 예정인 10만TEU를 포함해 모두 82만6천TEU로 84%나 늘어난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글로벌 3대 해운동맹의 하나인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활동하게 돼 화주 신뢰도를 높이고 영업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력 선대가 될 2만3천TEU급 선박들에는 배기가스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해 가격이 싼 고유황유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운임 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상선 측은 이런 요인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내년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은 올해의 2배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상선은 2018년 부산항에서 169만2천여TEU를 처리했고, 올해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관계 냉각 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 전체 물동량이 연간 100만TEU 정도 늘어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현대상선이 내년부터 부산항 물동량 증대를 견인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항만업계는 분석한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정식회원으로 가입한 만큼 같은 동맹 소속 외국 선사들의 부산항 환적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대상선 초대형선들은 부산신항 4부두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두는 현대상선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4부두 운영사는 초대형선 기항에 맞춰 안벽크레인 덩치를 키우고, 야적장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의 다른 선사들은 현재 신항 2부두에서 대부분의 화물을 처리한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가입·초대형선 투입 등으로 부산항 처리 물동량을 대폭 늘리면 환적화물의 부두 간 이동이 지금보다 많이 늘어나는 등 신항의 전반적인 혼잡도가 높아질 것으로 항만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같은 해운동맹 소속 선사들은 서로 선복을 공유하거나 빌려서 화물을 수송하기 때문에 한 부두에서 내린 화물을 다른 부두로 옮겨서 다른 배에 싣는 일이 많다.
현대상선이 주로 이용하는 4부두는 신항 남쪽, 디 얼라이언스 소속 다른 선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2부두는 신항 북쪽에 멀리 떨어져 있다.
현재 부산신항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하는 해운동맹 2M도 1부두와 3부두에서 나눠 화물을 처리하기 때문에 두 부두 사이에 환적화물 이동이 많다.
4부두는 다른 부두들보다 면적이 좁아 초대형선이 접안해 한꺼번에 수천개의 컨테이너를 하역하면 장치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트레일러 기사들이 상하차하느라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을 겪고 부두 운영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부산항만공사는 신항 남쪽 배후단지에 공용 빈 컨테이너 장치장을 마련해 야적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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