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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여름의 축제'에 윔블던 경기장 안팎이 들썩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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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여름의 축제'에 윔블던 경기장 안팎이 들썩들썩
윔블던테니스 대회 티켓 구하기 전쟁…주변도 축제 분위기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최근 유럽 대륙을 강타한 폭염이 한풀 꺾인 지난 9일(현지시간).
겨울철에는 해가 빨리 지고 비가 오는 날이 많지만, 영국의 여름 날씨는 대륙에 비해 크게 덥지도, 습하지도 않아 유럽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이날 정오께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윔블던 기차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서자 낮 최고기온 24도의 '딱 좋은' 여름날씨가 펼쳐졌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많은 간판들이 역을 나서는 이들을 가장 먼저 반겼다.
역 정문을 나오자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올잉글랜드클럽으로 가는 택시나 셔틀버스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셔틀버스는 윔블던 기차역과 대회장소를 거의 5∼10분 가격으로 오간다고 한다. 요금은 편도 3.5 파운드(약 5천200원), 왕복 5 파운드(약 7천400원)였다.
보다 저렴한 일반 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정차역이 많은 데다, 대회장 인근에 서지 않아 셔틀버스를 타는 게 훨씬 편리하다는 설명이다.
셔틀버스는 한껏 멋지게 차려입은 여성 등 윔블던 경기 관람에 들떠있는 이들로 금방 들어찼다. 엄마 손을 잡고 버스를 탄 여학생, 오랜 기간을 함께한듯한 노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버스로 불과 7∼8분가량 이동하자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올잉글랜드클럽에 도착했다.
미리 티켓을 구한 이들은 출입구를 통해 경기장으로 들어갔고,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길 건너편 윔블던 공원으로 향했다.
1877년 시작한 윔블던은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가운데서도 가장 역사가 길다. 올해로 133회째를 맞은 윔블던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열리며, 출전 선수들은 유니폼은 물론 속옷까지 흰색을 입어야 하는 전통을 따라야 한다.



영국인들도 윔블던 티켓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추첨에 응모하는 것이다.
매년 올잉글랜드클럽은 연말까지 다음해 윔블던 대회 티켓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실시한다.
표가 한정적인 데다 대회기간 특정 날짜를 지정할 수도 없다. 그래도 표를 구했다면 무척이나 행운인 편이다.
유명선수들이 주로 경기하는 센터 코트 티켓의 정가는 윔블던 첫째 주에는 64∼108 파운드(약 9만4천∼16만원 ), 둘째 주에 있는 4강전은 185 파운드(27만원), 결승전은 225 파운드(33만원)다.
그러나 표를 구하기 힘든 만큼 스텁허브 등 티켓 거래 사이트에는 센터 코트 티켓 한 장이 수천파운드에 거래되기도 한다.
추첨에서 떨어졌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하는 날 관람을 원하면 경기장 옆 윔블던 공원에서 노숙을 무릅쓰고 표를 구해야 한다.
이곳에서 만난 여성 관리요원 폴리는 "매일 센터 코트 티켓 500장, 넘버원 코트 500장, 넘버투 코트 500장 등 1천500장을 순서대로 판매한다"면서 "이를 위해 테니스 팬들은 전날부터 텐트를 치거나 새벽부터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센터 코트나 넘버원 코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 중에서도 차분히 순서를 기다리면 25 파운드(약 3만7천원)짜리 그라운드 패스(ground pass)를 구입할 수 있다.
비록 센터 코트나 넘버원 코트 등에서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세리나 윌리엄스 등 유명 선수들의 경기는 보지 못하지만 나머지 열 개가 넘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그라운드 패스만 구하더라도 윔블던의 진수를 만끽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올잉글랜드클럽 안으로 들어서면 온통 축제 분위기다.
화창한 날씨에 곳곳에서 맥주와 와인을 손에 들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이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경기를 찾아다니는 이들로 시내 번화가 만큼이나 인파로 가득찬 모습을 볼 수 있다.
막 경기를 끝내고 나온 한 선수에게서 사인을 받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센터 코트 인근 벤치에서 피크닉 박스에 준비해 온 샌드위치와 와인 등을 나눠 먹고 있던 중년 여성 2명의 모습이 보였다.
잉글랜드 북동부 요크셔에서 왔다는 중년 여성 캐서린과 수는 동네 친구로 테니스클럽을 함께 다닌다고 했다.
매년 윔블던 대회를 찾는다는 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 불행히도 이날은 페더러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캐서린은 "물론 페더러의 경기를 보면 좋지만, 굳이 경기 관람이 아니더라도 윔블던의 분위기를 즐기러 왔다"면서 "이렇게 좋은 날씨에 친구와 함께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센터 코트에서 넘버원 코트 쪽으로 올라가자 넓은 잔디밭에 수백 명이 앉아있었다.
그라운드 패스로 들어온 이들은 비록 센터 코트나 넘버원 코트 경기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통해 마치 경기장 안에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어린 시절 윔블던 인근에 살았다는 중년 여성 이브는 다행히 추첨을 통해 표를 구할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30년 전 학생 시절에는 학교를 마치고 윔블던 경기를 보러오곤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아서 저녁때쯤에는 표를 끊지 않고도 센터 코트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윔블던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윔블던 중심가를 비롯한 거리 전체가 들썩거린다. 지역주민에게는 윔블던 대회가 뜻하지 않은 부수입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런던 시내에서 15km 가량 떨어진 윔블던 지역에는 호텔 등의 숙소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등은 이 지역 거주자들로부터 집을 단기 임대한 뒤 다시 여행객들에게 빌려준다.
이곳 주민 중에서는 아예 매년 윔블던 기간에 맞춰 집을 빌려주고 이로 인해 얻는 수익으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윔블던 주민인 찰리는 "매년 윔블던 대회가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숙소 임대를 제안하는 편지 등이 온다"고 전했다.



숙소를 대여하기 어려운 이들 중에서는 집 앞 주차공간을 빌려주는 이들도 있다.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한 주택 입구에는 "하루 30 파운드(약 4만4천원)에 주차공간 대여"라고 적힌 푯말이 붙어있었다.
또 다른 주택 앞에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2명이 조그만 탁자 위에 시원한 얼음물과 콜라를 놓고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심가 식당과 펍에는 윔블던을 맞아 특별 메뉴를 선보이는 곳들이 많았다. 비록 경기장에 가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윔블던의 분위기를 즐기는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7월 초 윔블던은 무성한 녹음과 어우러져 테니스 경기장 안과 밖이 모두 거대한 축제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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