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제국 지배계층 옥수수 선호 식단이 문명 붕괴 이끌어
"가뭄에 약한 옥수수 생산하느라 사회-정치 시스템 붕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뛰어난 문명을 구축했던 마야 제국이 지배층의 옥수수 중심 식단 때문에 멸망했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학 출판부에 따르면 노던애리조나대학(NAU)의 클레어 에버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야인의 유해에 남은 콜라겐의 탄소와 질소 안정 동위원소를 측정해 당시 식단을 분석한 결과를 인류학 분야 학술지인 '최신 인류학(Current Anthrop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극심한 기후 스트레스에서 지배계급의 옥수수 선호 식단이 사회를 가뭄에 더 취약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멸망에 이르게 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벨리즈 카할 페흐 주변의 마야인 무덤에서 50구의 유해를 발굴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인류 고생태학·동위원소 지구화학 연구소에서 탄소와 질소 안정 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대상이 된 유해는 마야문명 융성기인 '고전기(Classic)' 이전인 전(前) 고전기 중기(기원전 735~400년)부터 고전기 종료기(800~850년)까지 망라하고 있다.
분석결과, 전고전기와 고전기 초기에는 지배층과 일반 주민 모두 옥수수와 함께 야생식물과 사냥으로 잡은 동물 등 다양한 음식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다양한 식단이 기원전 300~100년에 수 세기에 걸쳐 저지대에 닥친 극심한 가뭄의 충격에 대해 완충작용을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식단은 지배계층과 인구가 늘면서 농업 생산이 늘어나고 옥수수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고전기 종료기에 들어서면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지배계층이 거주하던 카할 페흐 중심부의 유해와 외곽 거주지에서 발굴된 일반주민의 유해는 탄소 및 질소 안정 동위원소에서 차이를 보였다.
고전기 말기에서 종료기 지배계층 유해는 탄소 및 질소 동위원소가 상당히 제한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폐허가 되기 직전까지 지속한 옥수수에 고도로 집중된 식단과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배 계층이 가뭄에 약한 옥수수를 선호하고 주민들에게 옥수수 생산량을 늘리도록 강요한 것이 고전기 종료기의 심각한 가뭄 때 사회-정치적 시스템을 붕괴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인구 증가와 농업생산 강화에 따른 환경 악화가 사회적으로 선호하는 음식과 맞물리면서 이전보다 유연성이 떨어지고 회복력도 약한 시스템으로 이끌었다"면서 "과거에 회복력을 갖게 한 요인들을 이해하는 것은 점점 더 촘촘하게 연결돼가는 현대 사회에서 갑작스럽고 극적인 변화 가능성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트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는 고대 사회의 회복력과 쇠퇴에서 식단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으며, 전통적인 농업사회뿐만 아니라 산업국가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문이 발표된 '최신 인류학'은 동료평가(peer-reviewed) 저널로 시카고대학 출판부가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창업주인 악셀 베네-그렌이 만든 베네-그렌 재단의 후원을 받아 격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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