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남부에 규모 5.4 여진…대형강진 '빅원' 우려도(종합2보)
4일 본진 이후 총 1천여회 여진…"며칠 내 강진 발생 확률 20분의 1"
진원 얕아 지표면 전달 위력 커져…당국, 행동요령 숙지·안전점검 당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규모 6.4의 강진이 강타한 미 캘리포니아주 남부 컨카운티 리지크레스트 인근에서 5일 새벽 규모 5.4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미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USGS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 서부시간으로 이날 새벽 4시 7분 리지크레스트 인근 셜즈밸리 서쪽 16㎞ 지점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전날 오전 10시 33분 셜즈밸리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측정된 여진 가운데 가장 강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7㎞로 전날 본진(8.7㎞)과 비슷하게 얕은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진원이 얕으면 지표면에 전달되는 지진의 위력이 커진다.
이 여진은 새벽 시간대라서 주민들이 많이 인지하지 못했으나 꽤 넓은 지역에서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셜즈밸리는 모하비 사막 근처여서 인가가 드문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전날부터 총 1천 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다고 미 CBS방송이 전했다. 대부분의 여진은 규모 2~4 정도로 체감하기 어려운 정도였다.
USGS의 국립지진정보센터 지질학자 랜디 볼드윈은 "몇 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진이 반복됐다"라고 전했다.
USGS는 전날 규모 6.4 본진 이후 규모 4.4 이상의 비교적 강한 여진이 10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페기 브리던 리지크레스트 시장은 현지 매체에 "맙소사. 또 한 차례 강한 지진이 닥쳤다"라면서 주민들에게 피해 상황이 있는지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지질학자 루시 존스는 CBS 등 미 방송에 "한동안 이들 지역(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여진을 예상해야만 한다"면서 "앞으로 며칠 내에 (본진보다) 더 강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20분의 1 정도는 된다"라고 말했다.
존스는 "캘리포니아에는 꽤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지진) 평온기가 있었다"면서 "이제는 이런 유형의 지진 발생이 정상적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진대와 화산 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에 속한 캘리포니아 남부에 대형 강진(빅원)이 닥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존스는 빅원이 실제 일어날 확률은 연간 기준으로는 2%, 일 기준으로는 2만 분의 1 정도로 추정되며,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보다 낮다고 부연했다.
미 지질조사국은 다음 주에 컨카운티와 인근 지역에서 규모 6.4 정도 또는 그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확률이 약 9%로 추정된다고 예상했다.
USGS는 만일 전날 강진과 달리 다음 지진의 진앙이 주민이 상주하는 마을 가까운 곳이라면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질학자들은 과거 지진 발생 기록에 비춰 캘리포니아에 5~10년마다 대형 강진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USGS는 규모 5.0 이상 6.0 미만의 비교적 강한 지진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를 통틀어 매년 5차례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했다.
캘리포니아 지진국의 글렌 포머로이 국장은 "이번 강진으로 모든 주민에게 캘리포니아 전 지역이 지진 카운티임을 일깨워졌다"면서 "지반 진동이 느껴졌을 때 행동 요령을 평소에 숙지하는 것은 물론 1980년 이전에 지어진 가옥·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등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존스는 전날 지진의 진앙이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사막 근처여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컨카운티 재난관리 당국은 전날 발생한 지진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현지 고속도로순찰대는 컨카운티 관내 고속도로에서 일부 균열을 발견했으나 고가도로 등 위험 구간에서는 갈라진 부분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날 컨카운티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내 가용 자원을 동원해 지진 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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