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일 만의 선발승' 신재영 "PO 5차전 많이 잊었어요"
롯데전서 5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리 수확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시즌 첫 승을 따낸 뒤 경기 수훈 선수로 방송 인터뷰하는 신재영(30) 근처에서 한현희(26)와 양현(27·이상 키움 히어로즈)은 페트병을 들고 대기했다.
한현희는 그걸로는 성에 안 찬 듯 큰 물통에 음료수를 가득 들이부은 뒤 더그아웃 벤치 뒤에서 매복했다.
낌새를 알아차린 신재영이 한사코 만류했지만, 한현희는 신재영의 상의가 흠뻑 젖을 정도로 '물벼락'을 날린 뒤 도주했다.
이제 겨우 시즌 첫 승일 뿐이지만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을 정도로 특별한 승리였다.
신재영은 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 5이닝을 5안타 1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팀 타선은 1회 3점, 2회 6점을 뽑아내는 등 아낌없는 득점 지원으로 신재영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키움은 대체 선발 신재영을 내고도 토종 에이스 장시환을 앞세운 롯데에 14-1 낙승을 거두고 2위 싸움을 향해 재시동을 걸었다.
불펜 투수로 올 시즌을 준비한 신재영은 팀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기자 이를 메우기 위해 선발 옷을 다시 입었다.
6월 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2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으나 6월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신재영은 선발로 3번째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막고 시즌 첫 승의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다.
마치 시즌 초반 전천후 활약을 펼친 김동준이 그랬던 것처럼 신재영은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간지러운 곳을 긁어줬다.
2016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재영은 그해 15승 7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2년 동안 각각 6승과 8승에 머물렀다. 손가락을 떠나지 않는 물집 때문이었다.
손에 땀이 많이 나 변화구를 몇 번만 던져도 손가락이 갈라지기 일쑤인 그는 손가락을 단련하려고 온갖 수를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시련을 겪은 신재영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절망을 맛봤다.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4-9로 끌려가던 8회 말 2사 1루에서 등판한 신재영은 9회 말까지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버텼다.
그 사이 팀이 9회 초 기적적으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10회 초에는 10-9로 앞서가며 한국시리즈가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신재영은 10회 말 김강민과 한동민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고 고개를 떨궜다.
끝내기 홈런을 맞고 그라운드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신재영은 지난해 11월 초 다한증 수술을 받았다.
양쪽 옆구리를 째서 땀을 분출하는 신경을 잘라냈다.
물집 걱정을 덜어낸 신재영은 스프링캠프에서 직구와 슬라이더에 이은 세 번째 구종으로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한 신재영은 이날 롯데전에서 330일 만의 선발승을 따내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경기 뒤에 만난 신재영은 "이제는 물집이 잘 안 잡힌다"며 활짝 웃은 뒤 "최근 2년 동안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만 감으면 플레이오프 생각이 났다"며 "하지만 지금은 많이 잊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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