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女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한반도 평화 물꼬 틀 것"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아시아 여자축구 동반 성장 위해서도 공동개최 필요"
"충분히 가능…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에도 긍정적 영향 줄 것"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유지호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의 남북한 공동개최가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틀 것이라면서 현재 축구계 안팎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성사가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정몽규 회장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여자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에 대한 국제축구계 안팎의 분위기와 당위성 등에 관해 설명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에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FIFA에 남북이 공동개최하겠다는 유치 의향서를 냈다.
이후 북한과 협의할 기회가 없어 일단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4월 FIFA에 한국 단독 개최로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축구협회는 202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신청 의사를 접은 뒤 여자 월드컵 공동개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남북 교류가 다시 활성화할 거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 회장은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개최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우선 "FIFA의 남북 공동개최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판티노 회장은 2017년부터 남북 공동개최에 대한 희망을 수차례 표명했다"면서 "인판티노 회장은 재작년 청와대를 방문하고 작년 러시아월드컵 스웨덴전을 관전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났는데, 그때마다 남북 공동개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3월 국제축구평의회(IFAB) 회의에서는 '남북한의 2023년 여자월드컵 공동 유치는 굉장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직접 언급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물론 북한축구협회가 유엔 및 미국 등에 의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월드컵 개최를 위한 시설 등 제반 사항에 대해 걱정이 있는 것 같다"고 북측의 사정을 이해했다.
하지만 "이는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국제축구 기관과 우리 정부를 통해 다각도로 북측과 협의를 한다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 무드다. 축구계 밖의 거대한 기류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얼마 전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큰 의미를 가진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환점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여자 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이뤄질 수도 있다. 우리 정부의 의지도 적극적이다. 북측의 변화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시아 여자축구의 저변확대 등 동반 성장을 위해서도 남북 공동개최는 꼭 필요하다고 국제축구계에 지지를 호소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FIFA 여자 월드컵을 예로 들었다. 이번 대회 8강 중 미국을 제외한 7개 팀이 유럽 국가다. 반면, AFC 소속 국가는 본선에 5개국이 출전했지만 최고 성적은 16강에 그쳤다.
정 회장은 "유럽은 2011년 독일에 이어 올해 프랑스에서 다시 여자 월드컵을 개최해 붐을 조성했다. 그러나 아시아 여자축구는 나라별 인프라 차이가 크고 실력 격차도 크다"면서 "2007년 중국 대회 이후 여자 월드컵이 아시아에서 개최된 적이 없는데 만약 다시 아시아에서 유치하게 되면 아시아 여자축구가 모두 함께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우리나라는 월드컵,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통해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정 회장은 "공동개최 파트너인 북한도 전통의 여자축구 강국이다. 15만명을 수용하는 능라도 경기장이나 김일성 경기장과 같이 월드컵 개최가 가능한 경기장도 있다"면서 "여자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인프라를 갖추면 뛰어난 경기력을 가진 대표팀의 경쟁력도 향상되고 아시아 여자축구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나라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한이 모두 2023년 여자 월드컵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계기로 양국 내 여자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저변확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축구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면서 "여자 월드컵 공동개최가 작년 남북 정상회담과 평창 올림픽 이후 고조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고,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