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휴일 즐기던 美캘리포니아 강타한 지진…주민들 불안
지역병원서 환자들 대피…지진 피해지역 상점·주유소는 난장판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컨카운티에 비상사태 선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평온한 휴일을 보내던 일대 주민들은 크게 놀라 대피하는 등 충격 속에 하루를 보냈다.
규모 6.4의 강진은 이날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북동쪽으로 240㎞ 떨어진 셜즈밸리를 강타했다.
셜즈밸리는 데스밸리 국립공원 언저리에 있는 사막 지대로, 이 일대는 인구가 밀집한 도시가 아니어서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졌다.
다만 지진의 충격은 멀리까지 전해졌다. LA는 물론 북쪽의 프레즈노나 동쪽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남쪽 국경 너머 멕시코의 티후아나와 멕시칼리에서도 주민들이 대피했다.
A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아직 정확한 부상자 수는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경미한 부상자만 여러 명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셜즈밸리에서 20㎞ 떨어진 인구 2만8천여 명의 소도시 리지크레스트에서는 가옥 2채가 불에 타고 산불과 가스 누출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있었지만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리지크레스트가 속한 컨카운티 소방서의 데이비드 위트 서장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예고 없는 강진에 주민들은 충격의 하루를 보냈다.
리지크레스트 지역병원에서는 환자 15명이 강력한 여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일부 병원 건물에서 구조적 문제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였으나 구조적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리지크레스트의 미드웨이카페에서 여종업원으로 일하는 코라 버크는 "지진 때문에 심장마비에 걸릴 뻔했다"며 "갑자기 모든 게 선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리잔, 냉장고, 그리고 그 냉장고 안에 있던 모든 게 쏟아졌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에 살다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LA에 왔다는 척 쉴리는 호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진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와, 이거 참 이상하다. 내가 미쳤나' 하고 생각했다"며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당신도 '내가 미쳤나. 왜 이런 느낌이 들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지크레스트의 하워즈 미니마트 매니저인 제임스 윌혼은 자기네 주유소에 20대가 넘는 차가 줄 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휴일인 데다 다른 주유소는 지진 피해를 보면서 일대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주유소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또 "맥주, 탄산음료는 물론 20갤런(약 76ℓ)이 넘는 와인을 걸레로 닦아내야 했다"며 "수천 달러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리지크레스트 한 주류 판매점의 지진 후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에는 깨진 와인과 술병이 진열대 복도를 가득 채운 가운데 상자와 식료품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집 한 채가 거센 불길에 휩싸여 있는 장면도 목격됐다.
라스베이거스나 태평양 연안 등 진앙에서 먼 곳에 사는 사람들도 소셜미디어에 지진을 느꼈다는 글을 올렸다.
LA경찰국(LAPD)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부상 등 비상상황에만 응급전화인 911에 전화할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911로 지진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LAPD는 "부상자나 다른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911로 전화하지 말아달라. 질문하려고 전화하지 말아달라"는 성명을 냈다.
한편 LA카운티에서는 최근 지진 때 시민들에게 경보를 보내는 앱이 운영에 들어갔으나 이날은 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 이는 LA에 미칠 지진의 충격이 경보를 발령할 기준점에 미치진 않았기 때문이라고 미 지질조사국(USGS)의 지진학자 로버트 그레이브즈는 설명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컨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와주(州)의 다른 지자체들은 앞으로 응급조치와 복구 노력을 지원하게 된다.
또 리지크레스트 시장 페기 브리던도 외부 기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는 뉴섬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에 찬사를 보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