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여성 집행위원장 후보, 본격 행보…융커·투스크와 회동(종합)
융커 "진정한 유럽인"…투스크 "유럽, 완벽한 性 균형 이뤄"
이달 중순 유럽의회 인준투표…의회내 반발 극복 최대 과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을 예약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4일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서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날 집행위원장 후보로 공식 추천된 뒤 처음으로 브뤼셀을 방문, 장클로드 융커 현 위원장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잇달아 만났다.
그는 전날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를 방문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날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폰데어라이엔 후보를 따뜻하게 안아서 맞이하는 등 환영했다.
또 폰데어라이엔 후보를 '진정한 유럽인'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집행위를 방문한 것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한다"면서 "유럽의 이익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럽의회 인준투표를 앞둔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최선을 다해 인준투표를 통과하기를 기원했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날 융커 위원장을 만난 뒤 트위터에 "나의 최우선과제는 스마트한 조언을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의회내 그룹의 얘기를 경청하고, 함께 유럽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플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적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이날 폰데어라이엔 후보를 만나기 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 유럽의회에 집행위원장 후보 인준투표를 가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투스크 의장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3일 연속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후보를 비롯해 차기 EU 지도부를 선출한 과정에 대해 보고했다.
투스크 의장은 특히 EU 정상회의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후보와 함께 여성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투스크 의장은 "처음으로 우리는 (EU의) 최고 지위에서 완벽한 성별 균형을 이뤘다"면서 "유럽은 여성에 대해 말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회가 이런 의미를 잘 살려서 인준투표가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달 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751명 전체 의원 가운데 과반(376명)의 찬성을 받아야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되게 된다.
하지만 유럽의회 내 반발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제2당인 사회당(S&D) 그룹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당초 EU 정상회의에선 지난 1일까지만 해도 S&D 소속인 프란스 티머만스 집행위 부위원장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으나 이탈리아와 중부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치그룹 내부에선 슈피첸칸디다텐 제도가 무시된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EU의 헌법 격으로 지난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따르면 EU 정상회의는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할 때 각 당의 집행위원장 후보로 나서 유럽의회 선거를 총괄한 슈피첸칸디다트를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선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EU 정상회의는 이번에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라 EU 지도부와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 정상들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카드'를 관철하기 위해 유럽의회를 잘 설득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폰데어라이엔 후보가 유럽의회 인준투표를 무사히 통과하면 집행위원단 구성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된다.
집행위원장은 곧바로 각 회원국 정상들과 협의해 회원국에서 1명씩 집행위원을 추천받아 집행위원단을 구성하게 된다.
이어 유럽의회는 오는 9~10월께 위원회별로 집행위원 지명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집행위원단 임명에 대한 동의를 거치게 된다.
의회는 집행위원단 전체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명할 수 있으며 특정인을 제외하거나 포함시키는 등 명단을 수정할 수는 없다. 차기 EU 집행위원단의 임기는 오는 11월 1일 시작된다.
bings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