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EU 제재 어기고 시리아로 원유 나르던 유조선 억류(종합)
행정수반 "EU 제재대상 시리아 정유공장으로 운반 중"
해운전문지 "유조선 운반 원유 이란산인 듯" 보도
이란 "불법적인 유조선 억류 용납할 수 없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령 지브롤터가 유럽연합(EU)의 대 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원유를 실어나르려던 초대형유조선을 억류했다고 AFP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브롤터 경찰과 세관당국은 파견된 영국 해군 군함의 도움을 받아 이날 오전 지브롤터 남쪽 4km 해역에서 해당 유조선을 붙잡았다.
지브롤터 당국은 330m 크기의 '그레이스 1'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유조선에 가득 실린 원유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운전문지인 로이드 리스트는 파나마 국기를 내건 이 유조선이 운반 중이던 원유가 이란산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비안 피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은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 1'이 시리아의 바니아스 정유공장에 원유를 운반 중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면서 "이 정유공장은 EU의 시리아 제재 대상인 기업의 소유"라고 설명했다.
EU 28개 회원국은 시리아가 민간인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자 2011년부터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
장관을 비롯한 시리아 정부측 인사 277명, 72개 기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고, 시리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 투자 제한, EU 내 시리아중앙은행 자산 동결 등의 조치가 시행 중이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지브롤터 당국의 단호한 행동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영국에 의해 자국 유조선이 불법으로 억류됐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이같은 행위로 인해 걸프 해역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어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를 초치해 이에 대해 항의했다.
AFP 통신은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제한한 우라늄 농축도 상한(3.67%)을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민감한 상황에서 이란 유조선이 억류되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레이스 1' 억류가 미국 정부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리스트는 '그레이스 1'이 2018년 하반기 이후 이란산 원유를 가득 싣고 유럽에 들어온 첫 번째 유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는 스페인이 1713년 위트레흐트 조약에 따라 영국에 영구 양도한 곳이다.
1830년 정식으로 대영제국의 식민지가 됐고, 이후 다른 영국의 이전 식민지와 마찬가지로 1983년 영국령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여의도 80% 크기의 면적에 3만명이 거주하는 지브롤터는 영국 여왕이 국가원수지만 행정수반이 이를 대신한다. 외교·국방을 뺀 전부를 자치정부가 결정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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