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백종원 효과로 양팟값 반등? 가락시장 가보니…
(서울=연합뉴스) 전송화 인턴기자 = 외식사업가 백종원 대표를 필두로 인터넷상에서 양파 소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유튜브 활동을 개시한 지 한달만에 2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백종원 대표는 지난달 23일 '양파 농가를 응원합니다! 만능양파볶음 대작전' 시리즈를 시작했다. 백 대표는 다양한 양파 요리법을 소개하는 이 동영상 시리즈를 통해 소비를 촉진, 양팟값 폭락으로 시름이 깊은 농가를 돕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가 가진 영향력답게 '만능양파볶음' 동영상은 총 조회 수 940만회(6일 현재)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양파 '캐러멜라이징(썬 양파를 짙은 갈색을 띨 때까지 오래 볶는 것)' 등 그가 전수한 양파 요리를 직접 해보고 SNS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인증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다.
백 대표의 양파 조리법을 따라 해 본 누리꾼들은 "계란과 양파만으로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양파 볶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지만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파 요리 유행으로 양파 소비가 실제로 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한 누리꾼은 백 대표의 동영상에 단 댓글에서 "가락시장 자영업자입니다. 양파 입찰가가 매일 오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택배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누리꾼은 "'만능양파' 영상이 올라온 이후로 (본인이 맡은) 배송의 3분의 1이 양파"라고도 했다.
백종원 대표가 쏘아 올린 인터넷상의 양파 소비 운동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 농림 정책 담당자와 농산물 도매업 종사자에게 확인해봤다.
해당 동영상의 기획 단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백 대표에게 양파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동영상 이후 실제로 양파의 소비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양파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는 여러 가지 사업이 있어 단지 영상의 효과만으로 소비가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조금 힘들다"고 밝혔다.
가락시장에서 양파를 파는 상인들 역시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지난 5일 가락시장에서 만난 한 양파 도매상은 판매 추이에 대해 묻자 "별 차이 없다"고 고개를 내저으며 "해당 영상만으로 소비가 눈에 띄게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양파를 옮기고 있던 다른 상인 또한 "양팟값 폭락을 걱정하는 이들이 소비를 유행시키는 것은 좋지만 그런 건 며칠 못가더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물가협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주요품목 가격변동 현황 그래프에서 양파 도매가는 백 대표가 해당 동영상을 처음 올린 지난달 23일 이후 소폭 하락한 뒤 반등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백종원 대표와 누리꾼의 양파 소비 운동이 시세 폭락을 막아내는 효과까지 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상을 보자 안도감이 들었다"며 심정적 지지에 고마움을 표하는 상인도 있었다. 양파 동영상 시리즈에 대해 모르고 있던 한 상인은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느냐"고 되물은 뒤 "소비를 촉진해준다니 좋은 흐름"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농가를 돕기 위해 일부러라도 양파를 사 먹는 시민도 있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양파를 고르던 소비자는 "양파 가격이 많이 떨어져 농민들이 힘들다고 해서 양파를 사러 왔다"고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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