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환점 맞은 선거제 개혁, 결실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국회 의석 배분의 비례성을 높인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이 전환점을 맞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심 끝에 이 법안을 다루는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다. 그것도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위원장에 내정함으로써 확실하게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사법개혁특위와 정개특위 위원장 둘 중 하나를 양보하기로 하고 우선 선택권을 가진 바 있다. 두 자리는 각기 민주당과 정의당 몫이었으므로 민주당의 타협은 정의당의 희생을 동반한 것이었다. 선거법 개정에 사활을 건 정의당이 반발한 이유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자 선거제 개혁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민주당이 사개특위 대신 정개특위 위원장을 택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평가한다. 이들 정당과 이어온 패스트트랙 공조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선거제 개혁은 고사하고 여타 주요 입법 과제도 완수하기 어려울 거로 봤을 것이다.
정개특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취급하는 사개특위와 더불어 오는 8월 말까지 활동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문제는 선거법이 바뀌면 처음 적용될 총선이 내년 4월인데, 국회법 규정에 의한 패스트트랙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것이다. 아무런 협의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묵힌다면 본회의 표결은 최장 330일 지나야 가능하다.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수사권 조정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때가 지난 4월이니까 내년 3월이 돼야 표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법안은 관계없지만 선거법 개정안은 그때 처리돼선 곤란하다. 선거구 획정 등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임위 의결을 서두르거나 본회의에서 의장이 직권상정하면 330일에서 상당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이를 위해 위원장 역할이 크다. 여야가 논의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쟁점법안의 무한 표류를 막고자 들인 제도가 패스트트랙인데, 중대하고 민감한 법안을 1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본회의 표결에 맡기겠다는 건 무책임하다.
선거제 개혁은 선악의 문제로 볼 게 아니다. 하지만 대의제 원칙에 비추어 국회의 의석 분포가 민의에 가능한 한 비례하도록 설계한 제도가 더 나은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정당득표율과 괴리된 의석 배분은 국회를 자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든다. 예정대로라면 개정 선거법안은 정개특위를 거쳐 법사위로 넘어가거나,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를 거쳐 법사위로 넘겨질 것이다. 어느 경우든 총선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사개특위 또한, 패스트트랙에 반대한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아 순항하기 어려울 거라는 시각을 불식하고,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여야의 치열한 토의와 합의 처리 노력을 기대한다. 사개특위 향배는 정개특위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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