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독일·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 거론…드라기 이동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됨에 따라 누가 IMF를 이끌 차기 총재로 선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세계은행과 IMF 총재를 미국인과 유럽인이 각각 양분해 맡아왔던 전례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융권에선 벌써 유럽 금융인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2일(현지시간) ECB 총재로 내정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ECB 총재로 내정된 점을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 IMF 이사회 윤리위원회와의 협의를 거쳐 내정 기간 IMF 총재로서의 책임을 잠정적으로 양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 이사회는 데이비드 립턴 수석 부총재를 총재 권한대행으로 선임했지만, 차기 총재 선출을 위한 절차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라가르드는 2011년 성 추문으로 퇴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의 뒤를 이어 IMF 총재로 선출됐으며 연임을 거쳐 두 번째 임기가 2021년 7월에 끝날 예정이었다.
라가르드는 유럽의회 인준을 받으면 오는 10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드라기의 뒤를 이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ECB 총재 자리에 오르게 된다.
글로벌 금융권에선 이미 차기 IMF 총재 후보에 대한 관측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프랑수아 빌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브누아 쾨레 ECB 이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여기에 더해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도 후보 중 한 명이다.
카니 총재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자리를 옮기기 적당한 데다 캐나다인이면서도 영국과 아일랜드 시민권을 갖고 있다.
일각에선 ECB를 떠나는 드라기 총재가 라가르드와 자리를 맞바꾸는 형식으로 IMF 총재 자리로 옮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네마트 샤피크 런던정경대(LSE) 학장도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집트 태생이지만 영국과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IMF 부총재를 지냈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동안 IMF 총재는 유럽에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맡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차기 IMF 총재는 유럽에서 배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IMF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마크 소벨 전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를 지명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의 양분 구도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은 IMF 총재 자리를 유지하길 원했기 때문에 맬패스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미국도 유럽인이 (IMF 총재가)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IMF 투표권 비중이 16.5%에 달하는 최대 출자국이므로 사실상 IMF의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다.
더구나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유럽 위상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유럽이 종국엔 IMF 리더십을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유럽·유라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인 헤더 콘레이는 "선례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IMF의 제도적 개혁 미흡과 유럽 GDP의 글로벌 비중 하락 등이 이런 선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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