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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집에 위상 흔들린 G20…미중 무역전쟁 휴전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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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고집에 위상 흔들린 G20…미중 무역전쟁 휴전 '성과'
'反보호무역주의·지구온난화' 합의 도출 실패…G20 위상 '흔들'
美에 치우친 아베, 조정능력 발휘 못해…트럼프-시진핑, '무역 담판' 성과

(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29일 보호무역주의, 지구 온난화 문제 등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폐막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세계 주요국 정상들을 일본에 불러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극진한 손님 접대)에 힘을 쏟았지만, 정작 회의 자체에서는 세계적인 중요 이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회의의 성과는 오히려 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있다. 양측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에서 사실상 휴전하기로 했다.



◇ '反보호무역·지구온난화' 빠진 공동성명…G20 위상 '위기'
이날 폐막과 함께 발표된 공동성명 '오사카 선언'에는 미국의 반대로 '반(反)보호무역주의'나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자유롭고 공평하며 무차별적이고 투명성이 있는 무역"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표현은 제외됐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파리기후협정을 이행하자는 내용이 빠진 자리에는 "미국이 자국 노동자들과 납세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리라는 것을 재차 말했다"는 미국의 입장이 들어갔다.
이 두가지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국이 같은 주장을 폈지만, 성명에 담기지 못해 G20의 위상 약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명에는 "세계 경제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적인 행동을 취할 용의가 있다", "WTO 개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등의 표현이 담겼지만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담기지 않은 선언적인 내용이었다.
다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정상들이 205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방출을 '제로(0)'로 만들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있는 진전으로 보인다.
데이터, 전자상거래 유통에 대한 규칙 제정을 논의하는 국제적 틀인 '오사카 트랙'을 발족하기로 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 외교력 자랑했지만 '조정' 실패하며 머쓱해진 日 아베
보호무역주의나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한 합의가 빠진 공동성명은 사실 의장국 일본이 이런 틀의 성명 초안을 마련했을 때부터 예상이 됐던 일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을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해 '반 보호무역주의'나 '지구온난화·탈탄소' 표현이 빠진 성명 초안을 만들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해서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강한 우려를 갖고 있고, 기후 문제와 관련해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을 언급하지 않으면 (공동성명에) 서명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기도 했지만 결국 성명이 미국과 미국이 원하는 것을 헤아린 일본의 의도대로 결정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공동성명에 대해 "의견의 공통점을 찾아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이번 G20 회의와 관련해 의장국 일본은 조정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의를 다음달 말 열리는 참의원 회의를 앞두고 자신의 외교 능력을 자랑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각국 정상들과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며 친분을 과시했는데, 자국 내 유권자를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다만 이번 회의를 준비하면서 경찰의 과도한 경계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예상했던 경제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외교를 내정에 이용하려는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 치열한 정상외교…미중 무역전쟁 '휴전' 성과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는 이번 회의에 모인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던 이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최근 미중 협상이 실패하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말까지 1조2천억 달러(약 1천388조원)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미중 정상이 휴전에 합의한 만큼 당분간은 양국 간 추가적인 무역 보복이 중단돼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회의에는 G20 회원국 정상(급) 19명을 비롯해 37개 국가·지역·국제기관의 대표들이 대거 참가했다.
각국 정상들은 회의 기간 활발한 양자 외교를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일본 방문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교착 상태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추동할 동력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또 인도·인도네시아·프랑스·캐나다 정상 등과 회담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요청했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 측의 무성의로 끝내 열리지 못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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