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명문가가 이끌던 인도 제1야당, 총선 참패 후 리더십 위기
라훌 간디, 총재 사임 고집…후임 없는 가운데 대안모색론 제기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70여년간 인도 정치를 좌우해온 유서 깊은 정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올해 총선 참패 후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후임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인도 제1야당인 INC는 총리 3명을 배출한 네루-간디 가문의 '집안 정당'에 가깝기에 실제로 라훌이 뒷선으로 물러난다고 할지라도 후임자가 제대로 구심점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도다.
29일 힌두스탄타임스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라훌은 지난 26일 당 지도부 회의 등을 포함해 최근 여러 차례 총재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14년에 이어 이번까지 두 총선에서 내리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완패함에 따라 더는 총재로서 당을 이끌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라훌은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 인도국민당(BJP)에 참패하자마자 사퇴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INC 지도부는 이를 반려했지만, 라훌은 고집을 꺾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라훌은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각 주(州)의 당 지도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다며 자신이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되자 INC 주요 당직자는 지난 28일 줄줄이 사직서를 내며 라훌에게 총재직을 계속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라훌 외에는 현재 INC를 이끌만한 전국구 리더가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네루-간디 가문 내부를 살펴보더라도 1991년 이후 10년 넘게 INC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한 라훌의 어머니 소냐 간디는 지도부 최전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라훌의 동생 프리양카는 최근 정치에 입문한 상태라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다.
이 와중에 라훌이 다시 총재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두 차례 총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지도력을 회복할지 의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무슬림, 하층 카스트 등 주요 지지층에서조차 크게 표를 얻지 못한 INC로서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빠진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 패배를 계기로 INC가 네루-간디 가문 밖에서 지도자를 찾아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최근 사설을 통해 "INC는 라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리더십 대안을 물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INC는 이번 총선에서 연방하원(543석) 가운데 52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는 2014년 총선에서 282석을 얻어 연방의회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과반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의석을 303석으로 더 늘리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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