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 꺼내나…추가 대책은
건설업계 "상한제 시행시 강남 재건축 올스톱…공급 위축"
국토부 "여러가지 고분양가 관리 방안 검토"…세제 대책도 나올 듯
(서울·세종=연합뉴스) 서미숙 신호경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집값 과열 조짐이 있을 경우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조만간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여름 비수기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9월 성수기를 앞두고 종종 8월에 규제 대책을 내놨었다.
최근 서울 집값 불안이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촉발됨에 따라 시장에 파장이 큰 분양가 상한제 등 대형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당장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대책의 강도나 발표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 9·13대책으로 눌러놓은 서울 집값 다시 불안 조짐…추가 대책 내놓을 듯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추가 대책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는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봄부터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의 급매물이 팔리며 호가가 뛰기 시작했고, 현재는 강북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의 시세는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0.0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이미 2주 연속 상승했고 지난주 서초·송파구도 상승 전환하는 등 집값이 다시 불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마포·용산·동작·양천구 등지도 최근 하락세를 멈췄고 호가를 높인 매물도 팔려나가고 있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와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이미 지난주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27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할 금주 주간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9·13대책 이후 이어진 약세를 멈췄거나 소폭 상승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감정원을 통해 '일일 보고' 수준으로 서울 집값 동향을 보고 받고 있다.
지난해 9·13대책에서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2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 중과,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등 역대 최강의 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로 규제 대책의 효과를 완성하려 했으나 예상과 달리 집값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 전체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강남 재건축 등 특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매물이 줄어든 상태에서 한두 건 거래되는 것들이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팔리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 꺼내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밝힘과 동시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가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면서 전문가들은 현재 공공택지에만 적용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사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꺾는데 있어 분양가 상한제 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HUG의 과도한 분양가 규제 회피 방법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HUG와 분양가 문제로 갈등을 빚던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준공후 분양'을 하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후분양을 할 경우 주변 시세 수준에 분양이 가능해 삼성동이나 반포동 등 강남권 주요 지역의 경우 현 시세 기준으로 3.3㎡당 6천만∼9천만원대 분양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 한 토지비를 바탕으로 정부가 정해놓은 기본형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어서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현행보다도 낮아질 공산이 크다.
건설업계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특히 강남 재건축 사업을 '올스톱' 시킬 수 있는, 남아 있는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는 이유다.
실제 과거 참여정부가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이후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2010년대 초반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추진이 수년간 중단된 바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2014년 정부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없앴다.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최근 일반분양에 들어가는 강남 개포일대, 서초 반포일대 등 재건축 단지 중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가 2014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되면서 사업을 재개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분양가가 낮아져 재건축 조합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고, 기본형 건축비가 낮아 현재 강남 등지에서 적용하는 고품질 설계와 마감자재 적용이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2014년 이전까지 재건축 사업이 중단됐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도시정비 사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서울지역에 주택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주택의 품질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한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고분양가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상한제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부는 분양가 심의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해서는 분양가 심의가 강화될 전망이다.
김현미 장관은 이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 제도도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며 "심사위원과 회의록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재건축 연한 확대, 세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재건축 시장 규제를 위해 재건축 허용 연한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 30년인 재건축 가능 연한을 참여정부 수준의 40년으로 확대하면 초기 재건축 단지의 기대 심리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재건축 연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안전진단만 강화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근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부동산관리신탁을 활용해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거나 절반으로 줄이는 것과 관련해 이를 막는 대책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종부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개최한 종합부동산세 토론회에서는 5주택 이상 보유자와 청약조정지역내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종부세를 현행보다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 논의됐다.
시장에서는 1주택자라도 9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1주택자에 대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장 꺼내 쓸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주택자,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녀 등에 부동산 증여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증여세를 높이는 방안도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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