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제학자" 네번 되풀이한 김상조…정책 유연성·소통 방점(종합)
"경제 환경에 따라 우선순위 조정…공정경제 만으로 성과 못내"
'3분 인사말 계획 바꿔 30분 '경제강의'…학자들 거론하며 정책기조 쉽게 설명
'소통의 베네핏' 강조…"언론·국회·재계·노동·시민사회 만날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유미 기자 = "그때그때의 경제환경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25일 임명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자신의 향후 정책 운용에 있어 '유연성'을 갖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하며 재벌개혁의 선봉에 섰고, 일부에서는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이 청와대 정책을 총괄하면서도 공정경제에 힘을 쏟으며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으나, 김 실장은 상견례 자리부터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경제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김 실장은 실제로 "공정경제 정책만으로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성과를 다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정경제를 먼저 한 뒤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혁신성장이 동시에 중요해 같이 가야 하며,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성장이 뒤로 밀리고 공정경제가 너무 거칠게 나가는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는 제가 지난 2년간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왔는가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시면 풀릴 오해"라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김 실장은 아울러 언론 및 사회 각계와 '스킨십'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 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후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이 정책고객·이해관계자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의 이런 생각은 이날 상견례 형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애초 '3분 인사말'을 할 것이라고 공지한 것과는 달리, 이날 김 실장의 발언은 거의 30분에 달할 정도로 길어졌다.김 실장은 "저는 경제학자다. 모든 일에 '베네핏(이익)'과 '코스트(비용)'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비교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것이 경제학자"라며 "언론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정책을 잘 설명하는 것이 코스트보다는 베네핏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외에도 국회,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 등 크게 네 부류와 상견례 또는 인사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활발한 소통행보를 예고했다.
김 실장은 30분간 발언 중 자신을 "경제학자"라고 네 차례나 규정했다.
자신의 향후 정책 기조를 경제학 원리를 활용해 설명, 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책 운용, 학자로서의 냉철한 현실 진단에 따른 유연한 상황 대처 등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김 실장은 또 발언 중간에는 저명 기업인이나 경제학자의 사례를 들어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등, 기존의 딱딱한 '인사말' 보다는 가벼운 경제학 강의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실장은 인텔 창업자인 앤디 그로브의 자서전을 인용, "성공이 자만을 낳고 자만은 실패를 낳는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하는 편집증적 노력만이 생존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스도 '사실이 바뀌면 내 마음을 바꾼다'는 말을 했다"며 "케인스도 그랬는데, 제가 뭐라고 그러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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