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탈북자 전철우가 베트남에 간 까닭은
8월에 월드옥타 하노이지회 재창립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큰 한국 음식 제조·유통 기업 만들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989년 탈북, 1994년 MBC 개그맨 데뷔, 승승장구하던 요식업 최고경영자(CEO), 지인에게 사기 당해 쪽박찬 신세, 다시 냉면과 '고향국밥' 식당을 내고, TV 홈쇼핑에 이름을 걸고 냉면과 만두, 국밥 등을 선보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
탈북자 전철우(53) 씨의 한국에서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그는 북한에서 20년, 옛 동부 독일에서 3년 반의 유학 생활, 나머지 30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현재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냉면과 국밥, 갈비탕 등 즉석식품을 제조해 TV 홈쇼핑과 전국 인터넷 쇼핑물에서 유통·판매를 하고 수출도 하며 '전철우 맛있는 주방'이라는 브랜드의 식당을 프랜차이즈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식당에도 즉석식품을 납품한다.
그런 그가 비즈니스 무대를 베트남으로도 옮겼다.
업무차 잠시 귀국한 전 대표는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큰 한국 음식 제조·유통 기업이 되고자 핫(Hot)한 베트남에 2년 전 진출했다"며 "지금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 한류 열풍. 지금,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인, 한국문화에 열광합니다. 치안이 좋아 가족이 살기에도 적합하고 한국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어 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없습니다. 이 정도면 베트남에 진출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더해 베트남은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전 대표는 하노이에서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식품 제조·유통회사와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6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하노이에 머무는 기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게다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하노이지회 재창립도 준비하고 있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 지회는 활동이 거의 없어 월드옥타 사무국이 폐쇄했던 곳으로, 전 대표가 20여 명과 함께 뜻을 모아 오는 8월 다시 문을 연다.
"하노이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한인 인구가 많고 한국 기업도 많이 진출해 당연히 월드옥타 지회가 있는 줄 알고 가입하려 했죠. 네트워크를 활용할 생각이었는데 없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나선 것입니다."
그는 음식 유통사업을 하면서 형제처럼 지내는 일본 도쿄 지회 진영섭 상임이사를 통해 월드옥타와 인연을 맺었고, 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다른 단체 행사에도 많이 참석하고 초대됐지만, 월드옥타처럼 회원들과 끈끈함, 형제애 같은 곳은 없었어요. 모두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하고 네트워크와 정보교류를 충실히 하는 단체였죠. 이 단체는 사업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예 회원 가입을 해 활동한 그는 제2 통상위원회(식음료, 요식업)에서 꽤 유명인사이기도 했다.
다시 문을 여는 창립식에 하용화 회장을 비롯한 임원과 주변국 지회장들이 참가하겠다는 연락에 그는 벌써 고무돼 있다. 내친김에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 지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회를 활성화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전 대표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인들에 대해 조언도 했다.
그는 "진입 문턱이 낮은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사업 환경이 좋다는 소문만 듣고 무턱대고 들어가면 문제에 부딪히기에 십상이기에 확실히 조사하고 준비한 뒤 진출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노이지회를 재창립하면 회원들과 함께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