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럽, 핵합의 지킬 의지 없다" 강력 항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서명 당사자인 유럽 측이 이를 지킬 의지가 없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테헤란을 방문한 앤드루 머리슨 영국 중동·국제개발 담당 국무장관을 24일 만나 "유럽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라는 점이 확실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럽은 핵합의를 지키는 데 필요한 비용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유럽 회사가 미 국무부의 명령(제재)을 감히 거부하지 못하는데 이는 자신의 국경 안에서조차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혼란스러운 나머지 국제적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면서 "영국이 남을 괴롭히는 미국을 어설프게 지지했다가는 영국에 대한 이란의 역사적 혐오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와 결탁해 이란의 에너지, 철도 등 주요 산업에 진출해 막대한 이권을 챙겼다. 이런 근현대사 탓에 이란 보수세력은 영국을 '작은 악마'(큰 악마는 미국)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란 외무부에 따르면 머리슨 장관은 최근 오만해 유조선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우려한다고 말했고, 이에 아락치 차관이 이같이 냉랭하게 응수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직속 자문기구인 대외관계전략위원회의 카발 하르라지 위원장도 머리슨 장관을 만나 "이란이 핵합의 이행을 일부 유예한 것은 이를 완전히 탈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른 쪽(유럽)이 2주 안으로 적절히 조처하지 않으면 우리도 핵합의를 더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한 지 만 1년이 된 지난달 8일 핵합의에서 정한 일부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저농축(3.67%)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 한도량을 넘길 예정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런 조처를 발표하면서 60일 기한(7월6일) 안에 유럽 측이 핵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이란과 교역, 금융 거래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핵합의 이행 범위를 더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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