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견딘 NC 캡틴 박민우의 마음앓이…"난 밝아야 해"
"분위기 밝게 만드는 게 내 역할…스트레스 숨기는 게 힘들죠"
(수원=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팀이 시즌 최악의 연패에 빠져있는 동안 마음이 무겁지 않은 선수는 없다. 그중에서도 팀을 이끄는 리더라면 그 책임감의 무게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7연패 수렁에 빠졌을 때 주장 박민우(26)도 스트레스로 마음고생을 했다.
박민우는 NC를 대표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모두가 자신에게서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에 박민우는 스트레스를 감추고 밝은 면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주장이니까' 그렇게 행동해야 했다.
NC가 7연패를 끊은 다음 날인 23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박민우는 "연패에서 탈출하니 홀가분하다. 연패 기간에는 뭘 해도 안 되는데, 연패를 끝냈다는 점에서 홀가분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NC는 지난해 창단 최다인 9연패에 빠진 적이 있다. 박민우는 이전에 겪은 연패와 올해 겪은 연패의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리더로서 연패를 겪으니 스트레스가 많기는 하더라. 팀원이었을 때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주장일 때 연패를 하니 '내가 부족한가, 내가 뭘 못하고 있나. 나에게 문제가 있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따로 없었다. 그저 견딜 뿐이었다.
박민우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더라. 계속 안고 있었다"며 "사실 이기는 게 답이었는데, 이기고 싶어서 이기고, 지고 싶어서 지는 게 아니니까…"라고 돌아봤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더 힘든 게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숨기는 일이었다.
박민우는 "겉으로는 내색을 안 하려고 했다. 선후배들도 있고 팬들도 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제가 얼굴에 티가 많이 나는 스타일이어서 숨기는 게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어두우면 다 같이 어두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도 티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힘들어도 더그아웃에서는 항상 밝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박민우는 팀에서 '밝은 분위기' 담당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박민우는 특유의 활달한 성격으로 선후배, 국내외 선수를 가리지 않고 격의 없이 장난을 치면서 화기애애한 더그아웃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이는 박민우가 주장을 맡게 된 배경이 됐다. NC는 2019시즌 주장을 나성범에게 맡겼지만, 나성범이 시즌 초반 생각지 못한 큰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주축 선수 부상으로 침체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살려줄 새 캡틴 적임자는 박민우였다.
어려운 시기에 주장을 맡은 데 대해 박민우는 "처음 주장이 됐을 때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분위기만 밝게 하자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팀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앞장서는 것이 제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때로는 항상 밝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과연 옳은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박민우는 "연패 기간에 일부러 더 웃고 장난치려고 했는데, 밖에서 보면 '연패 기간에 웃음이 나오나'라며 안 좋게 보실 수도 있다"며 "주변의 시선을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신경이 쓰이더라. 그래도 좀 더 밝게 하려고 노력했다. 어둡게 있다고 더 잘되는 것도 아니니까"라고 소신을 밝혔다.
고민이 커질 때는 손시헌, 박석민, 임창민 등 형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는 그는 "후배들에게도 제 경험을 다 말해줄 준비가 돼 있다. 제가 먼저 말하기보다는 후배들이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대한다"고 '중간 역할'의 책임감을 보였다.
박민우는 긴 연패 속에서도 수확이 있었다고 말한다. 돈독해진 팀워크다.
박민우는 "원정 9연전을 치를 때 연패를 겪었다. 선수들끼리 자주 밥을 먹고 이야기하면서 많이 돈독해졌다. 형들이 앞장서서 후배들을 다독여주셨고, 후배들도 선배들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패 속에서도 얻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남은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서 작년에 못 했던 가을야구를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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