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의견일치'…北, 中 지렛대로 북미·남북대화 복귀하나
시진핑 "정치적 해결" 강조에 김정은 "인내심 유지…해결 성과 원해"
쑹타오 "시주석 방북 시기 특수·중대하고 영향은 깊고도 크다"
시 주석, G20 기간 트럼프 대통령에 '김정은 의중' 전달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중국 최고지도자로 14년 만에 이뤄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에 힘입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북미 비핵화 대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과 중국 언론매체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 주석이 이번 평양 회동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금수산영빈관에서 시 주석과 부부 오찬을 한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 정상이 "조선반도 정세를 긍정적으로 추동해나가기 위한 토의를 계속했다"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중요한 문제들에서 견해일치를 이룩했다"고 전했다.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이 방북 내내 강조했던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에 김 위원장이 공감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이번 방북 결과와 관련,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조건을 마련하고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특히 방북 전날 노동신문 등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조선측 및 해당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할 뜻을 피력하고 "조선 동지들과 함께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후원국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촉진자' 역할 뿐 아니라 제재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조선(북한)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이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혀, 안전보장 측면 뿐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입지가 여의지 않음에도 경제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미국을 뜻하는 '유관국'이 북한의 긴장 완화조치에 호응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조선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며 "유관국이 조선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정세를 더는 긴장시키지 않고 미국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동시에 시 주석의 대화 촉구 요구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사실 북한 매체는 앞서 4차례의 북중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거의 소개하지 않는 대신 양국 정상의 '심도있는 대화'와 '견해 일치'를 내세우며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특별한 역할'을 띄우는 모습이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한반도의 정세변화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할 때도, 사상 첫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3월과 5월, 6월 중국을 방문했다. 또 올해 1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또 한 번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일방적인 4차례 방중으로 중국의 뒷배 역할을 부각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시정연설을 통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남쪽에도 '중재자' 아닌 '당사자'가 되라며 불만을 드러낸 만큼 북미 협상 재개에서 중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이번 회동에서 미국 측에 모종의 '새로운 제안'을 전달하는 등 중국을 등에 업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기 위한 환경 조성 등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며 '올해 말'까지 시한을 제시했지만,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시 주석의 방중을 지렛대로 삼아 대화 재개의 시기를 선제적으로 당기려는 속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쑹 부장이 "시 주석이 한반도 정치 대화 프로세스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며 방북 시점에 대해서도 "시기가 특수하고 의미는 중대하며 영향은 깊고도 크다"고 말한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시 주석은 북미 대화 지속 의지와 복귀 조치 등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오는 28~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시 주석의 방북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미 북미 대화 복귀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시 주석을 통해 모종의 선물을 줬을 수도 있다"며 "G20을 전후로 북미 간에 실무 접촉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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