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인데 中어선 300척, 서해 고등어 어장 호시탐탐 넘봐"
시인 명기환 3015함 명예함장이 보낸 서해 항해일지
(목포=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서남단 그곳은 황금 바다였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영해기점에 바다의 수호신 3015함이 있어 든든했다…."
목포해경 소속 3015함 명예 함장으로 위촉된 명기환 시인이 지난 15일 목포항을 떠난 지 6박 7일간의 항해를 다녀왔다.
시인의 눈으로 중국어선 단속 등 해경의 영토 수호현장을 직접 본 것이다
명기환 시인은 3015함 명예 함장으로 이번 해양경찰 현장체험을 위해 15일 목포항을 출발한 지 9시간 만에 서남단 영해기점에 도착했다.
기점에 도착해 '3015함에서'라는 시를 썼다.
바다에 왔습니다/ 그냥 바다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양경찰이 지키는 바다에 와 있습니다…./
시에서 해양경찰이 육지를 떠나 망망대해에서 해양주권수호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틀째인 16일 평온을 기대했던 서해 EEZ(배타적경제수역) 해상에는 중국어선 300여척이 일렬로 선단을 이루며 우리 해역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지금은 금어기인데…살이 통통한 고등어가 떼로 몰려다닌 우리 해역을 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황금바다다. 우리 어선들은 보이지 않고 중국어선들을 보자니 답답하고 착잡한 마음에 명 시인은 또 펜을 들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출렁임/ 푸른 파도는 하얀 꽃밭을 만들고/ 금어기라 고기 잡은 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부끄럽듯…한눈에 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중국어선들이 수평선을 가득 채운다./
시심을 불태우던 그때 해양경찰의 눈이 매서워졌다. 조타실 레이더와 고속단정 요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단속 대원들이 장비복을 착용하고 비호처럼 고속단정에 몸을 던졌다. 3015함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소리 없는 충성이 퍼지는 선실은 그야말로 정적이 흘렀다고 명 시인은 당시를 회상했다.
명 시인은 "대원들이 출동경비와 불법단속을 위해 쉴 시간도 없이 A·B조로 나눠 팀 전술과 특수기동대의 교육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안타까웠다"면서 "명령보다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 것을 보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명 시인이 탄 3015함은 6박 7일간 2천41km 거리를 항해하며 어업협정선 내외 측 중국어선 1천여척 차단 경비와 우리어선 근해통발 조업을 안전관리 했다.
명 시인과 함께 한 류명호 3015함장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달랐다"면서 "한편의 글을 쓰며 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대한 만선을 기원하는 모습에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9시 항해를 마치고 복귀한 명기환 명예함장을 맞이한 채광철 서장은 "함상에서 쓴 주옥같은 시를 접하면서 바다에 대한 사랑과 어민을 사랑하는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명기환 시인은 23일 "3015함 승조원 모두가 바다 지키는 국토의 수호신이었다"면서 "6박 7일 내 항해일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명 시인은 지난달 22일 명예함장으로 위촉됐다.
불법 외국 어선 단속 경비함정과 동행해 망망대해에서 해양주권수호를 위해 힘쓰는 해양경찰의 모습을 시로 표현한 '3015함에서' 등 6편의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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