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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한 2천573명 위령비 하나 없어"…면목없는 소년병 위령제
대구 위령제 참석자 '죄송한 마음뿐'…고령에 재정난 마지막 행사될지도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소년병으로 보이는 성장판이 열려있는 유해나 안경, 펜 등이 발굴될 때에는 가슴 한편이 먹먹합니다."
21일 오전 대구 남구 낙동강 승전기념관에서 열린 제22회 6·25참전 순국 소년병 위령제에 흰 모자를 쓰고 나온 늙은 소년병 43명은 입을 꾹 다문 채 전쟁터에서 숨진 전우 2천573명을 떠올렸다.
소년병들은 참석자들과 함께 추모행사를 담담히 지켜봤다.
30여분간 진행된 행사 말미 군악 반주에 맞춰 '전우야 잘 있거라'를 제창하며 몇몇은 손수건은 꺼내 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조총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내내 행사장 밖에서는 보훈의 달을 맞아 승전기념관을 견학 온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국 소년병 위령제에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 윤한수(86) 회장은 "그동안 위령비 하나 세우지 못하고 비군인 참전자 기념비가 세워진 이곳에서 추모의 예를 올리고 있다"며 "참말로 송구스럽습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매년 위령제에 올 때마다 정치인으로서 소년병과 그 가족들에게 뭐라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국방위와 보훈처의 소극적인 태도, 기획재정부의 재정 때문에 (국가유공자 예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은 "군의 6·25 전사자 유해발굴 과정에서 교복을 그대로 입고 전사한 소년병들을 발굴하기도 했다"며 "매번 이들을 기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 밖에 못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6·25 참전 소년·소녀병 전우회는 2005년 8월 비영리 민간단체로 출범했다.
수년째 국회에 소년병도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69년 전 나라의 부름을 받고 참전한 17세 이하 소년·소녀병은 2만9천618명으로 추산된다.
병역의무 없는 이들은 징집되어 책 대신 자신의 키보다 큰 총을 메고 수류탄을 가슴에 달고 전쟁터에 투입됐다.
2014년 6천∼7천여명으로 추산된 생존 소년병은 세월이 흘러 지금은 2천여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전우회는 올해까지만 운영하고 활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윤 회장은 "훈련 잘 받은 군인들도 죽어가는 마당에 어린 소년병들이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에 스스로 뛰어들어 전사했다고 (국가는) 핑계 댈 수 없다"며 "왜 이들을 징집해 총알받이로 몰아넣었느냐"고 되물었다.
또 "나보다 우리를, 나라를 먼저 생각한 소년병들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던 소년병의 고귀한 정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sunhy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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