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끌려와 매 맞는 경주마들…학대영상 추가 공개(종합)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경주마들이 제주의 도축장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실태가 고발돼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문제를 제기한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도축장 학대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21일 "앞서 10개월에 걸쳐 제주축협 도축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부분을 추가로 공개한다"며 "말들이 악랄하고 불법적인 구타를 당하고, 다른 말이 보는 앞에서 도축이 이뤄지는 장면도 있다"고 밝혔다.
이 영상에는 트럭에 실려 온 말들을 도축장 안으로 들어가게 하려고 작업자들이 막대기로 말의 얼굴 등을 수차례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다른 말이 전기충격기를 맞고 기절해 다리가 묶인 채 들어올려지는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면서 겁에 질린 듯 뒷걸음질 치는 말의 모습도 찍혔다.
페타는 또한 "지난 2월 27일에는 유명한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인 '포스타'가 거칠게 도축시설 안으로 내몰리기도 했다"며 이런 장면을 담은 영상과 함께 메니피가 씨암말과 교배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국내 최고 씨수말로 꼽히는 메니피는 지난 13일 오전 렛츠런팜 제주 교배소에서 교배 직후 쓰러져 폐사했으며 마사회는 메니피를 화장처리했다.
페타는 "정부 기관의 도축 기록에 따르면 메니피의 후예 22마리가 도축됐으며 포스타는 이중 한마리였다"고 전했다.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앞서 지난달 경주마를 때리고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제주축협과 작업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페타는 고발과 함께 지난달 3일 경주마 도축장 현장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고, 이 영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페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가 경주마 은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상황이나 어떤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될지에 대해서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캐시 기예르모 페타 수석부총재는 "한국마사회는 미국의 더러브렛 사후복지협회 기준을 본보기로 종합적 경주마 퇴역체계를 디자인해야 한다"며 "마사회가 말고기 산업을 포기하기 전에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경마산업은 정육점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국제적 관광지 제주도의 이미지가 더럽혀졌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에 대해 책임 있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 측은 "마사회는 말고기 관련 산업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마사회는 앞서 논란이 일었을 당시 설명자료를 통해 "경주마는 마사회 소유가 아닌 개인 마주의 소유물로, 경마장에서 경주마로 활동할 때는 말 복지와 관련해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퇴역 후 말의 처분은 마주의 재산권 행사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은퇴 경주마 대부분 도축되는 것은 아니라며 "상당수는 승용마로 전환되거나 번식마로 활용된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현재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서부서 관계자는 "관계자 일부에 대해서는 조사를 했다. 현재 수사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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