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원 연설에 뿔난 조지아인들, 의회서 격렬 시위
경찰, 최루·고무탄 쏴 시위대 해산… "2008년 전쟁 러시아에 대한 불편한 감정"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러시아 하원의원의 자국 의회 방문에 분노한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시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하원의원인 세르게이 가브릴로프의 의회 방문에 반발한 약 1만명의 시위대는 20일(현지시간) 저녁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조지아 의회 건물 주변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고 AF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의회진입을 시도했으며, 대치하던 경찰의 방패를 빼앗고 헬멧을 부수기도 했다.
경찰은 결국 시위 진압용 최루탄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고무탄에 맞아 다쳤다고 주장했다.
시위 과정에서 39명의 경찰관과 30명의 시위자가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고 AFP는 전했다.
야당도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이 러시아에 충분히 대항하지 못했다면서, 가브릴로프 의원의 방문 허용을 질타했다.
야당 의원인 엘렌 코슈타리아는 "조지아의 꿈이 러시아 지배자를 끌어들여 의장석에 앉혔다"며 "이는 조지아 현대사를 모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소동 후 곧바로 조지아를 벗어난 가브릴로프 의원은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신원 증명 서류를 빼앗으려 했다고 말했다.
시위를 촉발한 가브릴로프는 각국 의회 간 정교회 모임(IAO)의 러시아 대표로 조지아를 방문했다.
IAO는 1993년 정교회 신자가 대부분인 그리스의 의회가 정교회를 믿는 각국 의원들과 관계 향상을 위해 만든 모임이다.
가브릴로프는 20일 오후 IAO 연차총회가 열린 조지아 의회 의장석에서 러시아어로 연설했다. 이것이 시민들의 반러시아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에서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주제다.
1990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신생국가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와 남오세티야 독립 문제를 두고 짧은 기간 전쟁을 벌여 패배한 바 있다.
양국은 이후 공식 외교 관계를 끊은 상태다. 러시아는 조지아 내 친(親) 러시아 세력이 많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인정했다.
러시아는 두 지역에 군대도 파견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아는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속해서 희망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 국경까지 나토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교차관은 성명을 내 이날 사태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도 조지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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