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발레 본고장 파리서 '백조의 호수' 올리는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이끌고 파리 원정 공연…"축복이자 모험" 리허설 삼매경
20년 전 "한국인들이 무다리 갖고 발레가 되냐" 질문 받기도…'격세지감'
"한국 젊은 무용수들 세계 곳곳서 활약…후배들 끈기·집념 대단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0년 전 뉴욕에 '백조의 호수'를 들고 갔을 때는 '한국에서 발레도 해요?'라는 질문도 받았는걸요."
한국의 대표 무용단 중 하나로 꼽히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이 발레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 무대에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올린다.
문훈숙 단장은 UBC의 역사상 세 번째 파리 공연을 앞두고 긴장할 듯도 했지만 담담한 모습이었다.
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파리의 대형 공연장 '팔레 데 콩그레'의 연습장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이 막바지 연습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에 모스크바에서 공연할 때 극장장이 '발레로 러시아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 파리도 마찬가지지요. 발레가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지만, 프랑스에서 공연예술로 발전했거든요. 축복이자 모험입니다."
UBC는 2003년 '심청', '로미오와 줄리엣'과 2012년 '심청'을 파리 무대에 올렸고, 세 번째 '파리 원정 공연'인 이번 '백조의 호수'는 프랑스의 기획사 발 프로드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특히 '백조의 호수'는 파리에서도 워낙 많이 공연되는 클래식 발레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라 더 긴장될 법도 하지만, 묵묵히 연습하는 것만이 길이라는 듯 그는 무용수들의 막바지 연습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저희는 무대가 파리든 뉴욕이든 서울이든 그냥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똑같이 열심히 준비할 뿐이지요."
문훈숙은 발레단 경영에 전념한 지 17년째이지만 그 자신도 스타 발레리나 출신이다.
영국과 모나코의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미국 워싱턴발레단에 입단하면서 프로무용수가 된 그는 1989년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현 마린스키 발레단)의 '지젤'의 객원 주역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초청돼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지금도 문훈숙에게는 여전히 '영원한 지젤'이라는 영예로운 호칭이 따라다닌다.
그는 "예술가란 잘 보이기보다는 관객에게 각자의 메시지를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공연에서도 파리의 관객들에게 저희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파리 오페라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 거의 빠짐없이 젊은 한국인 무용수들이 주역급으로 포진해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그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는 듯 1998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첫 뉴욕 공연에서 '백조의 호수'를 무대에 올렸던 때를 회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때 뉴욕에서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한국이 발레도 해요?'라고 질문한 게 기억나요. 2000년대 초반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한국 기자분이 '한국인이 무다리를 갖고 발레가 되겠냐'고 말씀하신 것도 생각나네요."
문 단장은 "내가 학생 때는 일본 발레리나들이 세계 정상급이었었고 당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후원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한국이 발레를 이끌고 있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파리 무대에서 오페라발레단 제1무용수(프르미에르 당쇠즈·premiere danseuse)로 활약하는 박세은을 언급하면서는 "입단한 지 얼마 안 돼서 오페라발레단의 주역이 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젊은 무용수들의 끈기와 해내고 말겠다는 집념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UBC의 이번 파리 공연은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동탁 주역으로 21∼23일 3천700석 규모의 '팔레 데 콩그레'에서 총 4회 무대에 오른다.
팔레 데 콩그레는 프랑스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로미오와 줄리엣'이 초연한 대형 컨벤션센터다.
문 단장은 "더 많은 젊은 무용수들에게 파리 무대라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부상과 콩쿠르 출전으로 함께 하지 못한 단원들이 꽤 된다"며 아쉬워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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