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말,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 = 나탈리 코프만 켈리파 지음. 이원희 옮김
인류사에서 놓쳐서는 안 될 여성 100인의 인물 열전. 기원전 320만년 최초의 여성 '루시'부터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첫 여성 사무총장에 오른 파트마 사무라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루시와 파트마 사이를 달려온 여성 98인의 전기는 흥미롭다. 이들 인생사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경이롭게 느껴진다.
100인 중에는 신라의 선덕여왕도 포함됐다. 저자는 선덕여왕에 대해 "최초로 한반도를 통일하는 기반을 다졌다""며 높이 평가한다.
"두뇌가 명석한 선덕은 지혜와 분별력으로 신라를 다스렸다. 선덕은 뛰어난 통찰력과 직관력, 능란한 외교술로 왕국을 단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고구려와 백제는 분열되었다"(39쪽)
1521년 아스테카 제국(현 멕시코)을 정복한 에르난 코르테스의 정부이자 나우아족의 공주였던 라 말린체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그는 코르테스와 사이에서 아들 마르틴을 낳으며 멕시코의 시조를 낳은 어머니로 기억된다.
"이 여성에 대한 감정은 상충한다. 민족주의자들에게는 반역을 저지른 여성이었고, 다른 이들에게는 수많은 목숨을 구해준 여성이었기 때문이다"(60쪽)
저자는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서문을 따로 썼다.
그는 "이제 가부장제 사회는 끝났다"며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여성들이 분연히 일어나 이제 더는 한낱 욕망의 대상이길 거부하면서 평등과 민주주의에 근거한 사회개혁에 나서고 있다"고 한국을 휩쓸었던 '미투 운동'을 평가했다.
책에는 프랑스 인권운동가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선언'도 실렸다. '프랑스 인권선언'을 남성만을 위한 인권선언으로 봤던 그의 여성 권리선언은 인류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의 하나 된 목소리처럼 들린다.
작가정신. 344쪽. 3만3천원.
▲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 윤구병 지음
대학에서 철학 교수를 하다 농사꾼으로 변신한 윤구병 선생의 신간. 잡지 '해인'과 '불광'에 썼던 글 29편을 모아 '윤구병이 곱씹은 불교'라는 부제를 달았다.
글마다 시차가 꽤 있다지만 오래 묵은 느낌이 없다. 그만의 생각과 재치를 엿볼 수 있다. '남전의 고양이와 조주의 개'에 관한 이야기는 쉬운 글에 머릿속 상상이 더해져 재밌다.
윤구병 선생은 몇몇 글에서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같은 염불을 외듯이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를 염송한다. 우리만 평화롭게 잘 먹고 잘사는 것을 넘어 한반도 평화로 세계 평화를 일구자는 뜻이다.
호미. 228쪽. 1만3천원.
▲ 화쟁사상 = 김영일 지음
원효의 화쟁사상을 전반적, 체계적으로 공부해온 저자가 화쟁사상 연구 결실을 책에 담아 독자들과 나눴다. 어떤 사상을 글로 설명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대한 간결하고 명료하게 풀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동국대에서 불교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간 '원효의 화쟁논법 연구', '원효와 지눌의 돈점관' 등 다수의 원효 관련 논저를 냈다.
혜안. 556쪽. 3만8천원.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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