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재단 한우성 이사장 "입양인도 동포…국가가 적극 대처해야"
"교과서에 동포 소개, 지구촌 한민족 통합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재외동포재단 한우성 이사장(63)은 타의로 한국을 떠나게 된 해외입양인을 동포로 감싸 안고 입양인의 한국인 정체성 강화, 친족 찾기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지난 17일 서초구 외교센터 내 재외동포재단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양은 개인의 무책임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라며 "입양인이 친족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입양인 유전자(DNA) 뱅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인 또는 친족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해두면 서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양쪽이 모두 원해서 유전자를 등록해둔 경우만 가능토록 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또 "교과서 내 동포라는 문구 하나가 지구촌 한민족 통합에 도움이 된다"며 국내 정규 교육 과정에서 재외동포의 존재와 역할을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동포 출신 첫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1987년 미국에 이민을 간 후 미주한국일보기자, 미국 소수계 언론 연합 뉴아메리카미디어 부장 등을 지냈다.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 문제를 다룬 30여 회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2001년 한국기자상 특별상, AP통신 기자상 등을 받았고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음은 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후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인가.
▲ 우리 동포지만 우리 정부뿐 아니라 거주국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동포들이 있다. 취임 후 인권사업팀을 만들어 이들을 돕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먼저 한-베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사업이다. 한국으로 와서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이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이 아이들은 우리나라 국민이라 베트남의 여러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돼 있다. 이들은 출국하면 5년 뒤에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되는데 이렇게 되면 친부가 동의를 해줘야 유효기간이 연장된다.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어 떨어져 사는데, 친부의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베트남 내에서 불법체류자가 될 수도 있다.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아이들의 엄마들은 아이들의 한국 국적을 지키고 싶어한다. 신분상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떻게 되겠느냐.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다행히 재단을 포함한 관계부처들이 관여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자원을 막 투입하기 시작한 단계다.
다른 하나는 해외입양인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는 1958년부터 입양 통계를 수집했는데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58년 이전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가 해외로 입양을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련 전문가들은 1945년부터 1958년까지 해외입양인 수를 추정해 총 규모를 2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입양인 2세, 3세를 고려하면 해외입양인과 그 가족은 이보다 훨씬 많다. 입양이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국민을 잘 지키지 못한 이슈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 입양과 관련해 쓰는 예산은 1년에 10억원 수준이다. 예산으로만 보면 우리 정부는 해외 입양에 대해 아무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 부분에 아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에 외교부가 재외동포 현황을 발표하는데 해외입양인 숫자를 포함한다고 들었다. 이들을 동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해외입양인 관련해 재단이 추진하는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 입양인을 만나보니 이들이 친부모 만나기를 굉장히 원한다. 입양 당시 서류를 가지고 있지만, 이 서류로는 부모를 찾기 굉장히 어렵다. 입양 서류의 디지털화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그래서 입양인이 친족을 찾기 위한 DNA 뱅크가 설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실종자, 전사자 가족 찾기에 DNA가 활용되고 있다. 물론 희망자에 한 해 이 시스템을 오픈하면 된다. 원하는 사람에게 5만∼6만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DNA 뱅크에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놓으면 훨씬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관련법을 개정해 입양인이 친족을 찾을 수 있도록 국가가 문을 열어줘야 한다.
-- 그간 재외동포 정책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 국민들이 일단 동포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 국민이 무지해서 냉정해서 그런 게 아니라 동포에 대한 교육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도 재외동포에 대한 언급이 없고 교과서에도 재외동포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동포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기본 토양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20여국의 헌법에 동포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문구부터 동포와의 교류 정도를 이야기하는 문구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전혀 없다. 우리나라 헌법도 가장 낮은 강도의 '교류' 정도는 언급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에 윤동주와 최재형이 동포로 언급되는 성과가 있었다.
▲ 예전에는 교과서에 동포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관심이 부족해 어느 순간부터 동포라는 용어가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취임하고 보니 교과서에 동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더라. 교육부에 여러 차례 건의해 이런 성과를 거뒀다. 이 정도도 정말 고맙지만,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초·증·고교 교과서에 재외동포가 343명 정도 있으나 이들이 동포라고 밝혀져 있지 않다. 외규장각 의궤를 발견해 국내 반환을 위해 힘쓴 재불학자 박병선을 소개할 때도 '재불동포학자 박병선'이라고 밝히면 좋지 않을까. 현재 우리나라가 일본에 10개의 공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9곳은 재일동포가 우리 정부에 무상으로 기부한 공간이다. 이런 이야기를 교과서 한쪽에 실어주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나. 교과서 내 동포라는 문구 하나가 지구촌 한민족 통합에 도움이 되고 지구촌에 한민족 에너지를 하나로 합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윤동주가 동포와 내국인을 통합할 수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인가.
▲ 쇼팽의 사례를 언급하고 싶다. 쇼팽은 폴란드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고 프랑스에서 사망했지만, 사망 직전 '내 심장은 폴란드에 보내달라'고 말할 정도로 애국심이 강했다고 한다. 폴란드는 수도 바르샤바의 공항 이름을 쇼팽 공항으로 지을 정도로 그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다. 폴란드 사람들에게 쇼팽에 관해 물어도 "어디에 살았는지가 왜 중요한가, 다 같은 폴란드인이다"라고 답하더라. 윤동주의 후손에게도 제가 폴란드에서 쇼팽이 하는 역할을 윤동주가 해주면 안 되냐고 부탁하니 '동포 후손'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리해줬다면서 정말 고마워하더라.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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