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고양 훈련장 찾은 김성근 "의미 있었던 시간, 장소"
일본 소프트뱅크 코치고문으로, KBO 2군 팀과 교류전
경기 전후로 감독·코치 미팅하며 지도자 양성 중
(고양=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경기도 고양시 고양 히어로즈(키움 히어로즈 2군) 훈련장을 돌아보면서 김성근(77)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 고문은 추억에 잠겼다.
"여기 실내 훈련장도, 불펜도 그대로네."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초대 사령탑에 올라 프로구단에서 방출되거나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과 함께 고양시 야구장에서 땀을 쏟았다.
원더스는 해체하기 전 22명을 프로에 보냈고, 이후 9명의 원더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18일 고양시 히어로즈 2군 훈련장에서 만난 김 고문은 "원더스와 함께한 3년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순간이었다.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원더스는 2014년 11월에 해체했다.
2015년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 올랐던 김성근 고문은 2018년부터 소프트뱅크에서 코치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3군은 7일부터 KBO리그 퓨처스(2군)리그 팀과 교류전을 펼치고 있다.
익산(kt wiz), 서산(한화 이글스), 강화(SK 와이번스)를 거쳐 18일부터 고양에서 히어로즈와 3연전을 치른다.
◇ "KBO리그 2군 훈련 시설 참 좋아…제자들도 반갑고" = 한화와 SK는 김성근 고문이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다. 고양은 원더스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김성근 고문은 "이번 교류전 일정에 들른 모든 곳이 특별했다. 익산에서는 kt 코치진과 선수들이 모두 모여서 내게 인사했다. 깜짝 놀랐고, 고마웠다"며 "다른 구단에도 내 제자들이 감독, 코치, 선수로 일한다. 반갑게 인사했고 짧게나마 대화도 나눴다. 모두가 고마웠다"라고 전했다.
18일에도 송신영 히어로즈 잔류군 투수코치, 박병호 등이 김 고문에게 달려와 인사했다. 김 고문은 밟은 표정으로 야구계 후배들과 악수했다.
김 고문은 "이번에 KBO 팀의 2군 훈련장 4곳을 둘러봤다. 시설이 참 좋더라"라며 "이제 모든 구단이 2군 훈련 시설의 중요성을 잘 아는 것 같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 잘 가르치려는 코치들을 보면서 흐뭇했다"고 말했다.
원더스가 홈으로 썼던 고양 야구장도 좋은 환경을 갖췄다. 원더스가 처음 자리 잡은 2012년 초에는 성인 야구장과 리틀 야구장 정도의 시설만 있었다.
그러나 당시 김 감독이 고양시에 요청해 불펜 시설, 실내 타격장 등을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NC 다이노스가 고양 훈련장에서 2군을 키웠고, 올해부터는 히어로즈 2군 선수단이 고양에 자리 잡았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고양 훈련장에는 '김성근 감독과 원더스'의 추억이 남아 있다.
18일 고양 훈련장에는 소프트뱅크, 한화, SK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김성근 고문을 찾아와 사인을 요청하고 사진을 찍었다. 김 고문은 웃으며 팬들의 사인, 사진 요청에 응했다.
◇ 경기 전후 감독·코치 미팅…"잊은 것을 되새기는 것" = 지금 김성근 고문의 소속은 소프트뱅크다.
훈련장을 돌아보며 추억에 젖었던 김 고문도 훈련할 때와 경기 중에는 '현재의 일'에 충실했다.
김 고문은 경기 전후로 감독·코치 미팅을 주도한다. 후지모토 히로시 소프트뱅크 3군 감독이 코치들을 모아놓고, 김 고문으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김 고문은 "경기 전에는 '이런 실수는 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경기 뒤에는 베이스러닝, 수비 상황 등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며 '그때 이렇게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혹은 '그 장면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보자' 는 등의 조언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김 고문의 역할이 커졌다. 2018년 2월 소프트뱅크와 계약하며 김성근 고문은 "한국 지도자는 그 정도밖에 안 된다라는 말을 듣지 않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 고문의 모습을 지켜본 소프트뱅크 구단은 김 고문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겼다.
김 고문은 "우리 소프트뱅크 코치들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경기 중에 순간적으로 중요한 걸 놓치거나 잊는다. 내 역할은 '잊은 것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KBO리그, 창의성 키워야…준비되지 않는 세대교체는 독" = 김 고문은 KBO리그를 향해서도 "중요한 걸 잊은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인구 등의 영향으로 타고투저 현상이 줄었다. 그렇다면 지도자들은 '지난해와는 다른 야구'를 펼쳐야 한다"고 운을 뗐다.
김 고문은 "멀리 날아가는 공을 쓸 때는 도루 등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자제하는 게 좋다. 하지만 지금처럼 장타로 얻는 득점이 줄었다면 적극적인 주루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수비력 강화도 현재 KBO리그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금은 '지키는 야구'가 통하는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KBO리그의 화두인 세대교체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김 고문은 "내가 1군 사령탑일 때 베테랑 선수를 많이 영입하고 기용해 비판받은 건,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 몇몇 구단이 하는 '준비되지 않은 세대교체'는 정말 위험하다. 경기와 훈련을 병행하며 성장해야 하는 선수가 너무 실전에만 매몰되면 성장 폭이 줄어든다. 아직 활용 가치가 높은 베테랑 선수를 살리는 건, 팀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준비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분명히 독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나도 최근에 새로운 걸 많이 배운다. 가르치는 사람은 늘 배워야 한다"고 했다.
끊임없는 질문과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쓴소리가 되기도 한다. 김 코치고문은 "쓴소리는 좀 줄여야 하는데"라고 웃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고민을 멈출 생각은 없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