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왕자, 모친 다이애나 이어 앙골라 지뢰퇴치 촉구
앙골라 환경장관, 자국 지뢰 제거에 6천만달러 투자계획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영국 해리(34) 왕자가 모친 고(故) 다이애나비의 뒤를 이어 앙골라의 지뢰 제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리 왕자는 17일(현지시간) 런던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 열린 앙골라 지뢰 제거 세미나에 참석해 "지뢰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문제라는 걸 잊지 말자"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또 지난 10년 사이 앙골라 지뢰 제거 기금이 90%나 삭감된 점이 "꽤 충격적"이라고 지적하며 국제사회에 지뢰퇴치 운동을 "중간에 멈추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뢰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걸어온 먼 길에 "심적 고통과 좌절이 가득했지만" 앙골라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모범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폴라 코엘류 앙골라 환경장관은 6천만 달러(약 712억원)를 투자해 국토 남동부 쿠안두쿠방구주(州)에 위치한 마빙가, 루엔게-루이아나 국립공원 내의 지뢰 매설지 153곳에서 지뢰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연보호구역 중 하나로 꼽히는 쿠안두쿠방구주는 해리 왕자가 2013년 8월 방문해 지뢰 제거 작업에 동참했던 곳이다.
투자금은 영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설립한 지뢰퇴치 운동 재단인 헤일로 트러스트(HALO Trust)를 통해 집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왕자는 이런 발표를 반기며 "앙골라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보호구역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생물 다양성에 큰 역할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보호하고 그로부터 혜택을 받아야 할 자산이다"고 말했다.
앙골라는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후 27년간 내전에 시달렸다. 이 기간에 100만개가 넘는 지뢰가 매설됐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난민 처지에 놓였으며 약 8만8천명이 지뢰 폭발 사고로 장애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앙골라는 2025년까지 모든 지뢰를 제거하기로 약속했다. 헤일로에 따르면 앙골라에는 121㎢(여의도 면적의 약 42배)에 달하는 지역에 걸쳐 1천115곳의 지뢰 매설지가 남아 있다.
다이애나비는 생전에 헤일로를 후원하며 지뢰의 위험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97년 앙골라 지뢰 매설지에 직접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그는 그해 체결될 예정이었던 국제지뢰금지조약을 목전에 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아들인 해리 왕자도 어머니에 이어 꾸준히 헤일로의 후원자로 활동하며 지뢰퇴치 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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