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시진핑 방북, 대북 영향력 과시하며 트럼프 견제 카드"
아사히 "중국 측이 먼저 '방북' 요청했을 수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오는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지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비장의 카드.'
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1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오는 20~21일 북한을 공식 방문키로 한 배경을 놓고 일제히 '미국 견제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요미우리는 시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북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무역갈등을 겪는 미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북한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방북이 단계적 비핵화를 인정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라는 요구에 미국이 응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요미우리는 또 북한과 중국이 G20 오사카 정상회의 직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시 주석 방북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두 나라는 연대를 과시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시 주석 방북을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이후 중국을 4차례 방문해 시 주석의 방북을 반복적으로 요청했고, 시 주석이 긍정적 입장을 보여 방북 일정에 대한 검토가 진행됐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미중 간 무역협상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조정이 늦어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북이 갑자기 결정된 것은 중국이 G20 오사카 회의에 앞서 통상 문제로 대립하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사히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분야에 속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중요한 대미 외교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는 특히 시 주석의 방북에 대해 북·중 양국이 김 위원장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맞추고 있지만, 중국 측이 먼저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 소식통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후원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 외에 범죄인의 중국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홍콩 정세에 쏠리게 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방북 일정이 짧아 핵 문제와 관련해선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홍콩 시위로 중국에 집중된 시선을 한반도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시 주석의 방북은 성공한 것이라는 시각을 전했다.
마이니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G20 회담에서 홍콩 문제를 언급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홍콩 사태 등을 놓고 자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을 맞은 중국이 난국 타개책의 하나로 시 주석 방북 카드를 빼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어떠한 새로운 언질을 끌어낼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중 무역협상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홍콩 사태를 맞은 중국이 대미 견제용 카드로 북한 문제에 새삼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 주석의 방북 배경을 추정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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