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서 한발빼…유조선 피격 속 중동 핵위기도 점증(종합)
이란 원자력청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300㎏ 열흘뒤 넘겨"
"20% 농도 농축 우라늄도 필요"…고농축 경고, 유럽 행동 촉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원자력청은 17일(현지시간) 이란 중남부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 감축·동결 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합의에서 점점 발을 빼면서 최근 한 달새 두 차례 벌어진 오만해 유조선 피격과 맞물려 핵위기까지 점증함에 따라 중동 정세가 더욱 경색될 조짐이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원자력청 대변인은 "앞으로 열흘 뒤인 6월 27일이 되면 핵합의에 따라 지금까지 지킨 저농축(3.67%) 우라늄의 저장한도(300㎏)를 넘기게 된다"라며 "나탄즈 농축 단지에서 저농축 우라늄의 농축 속도를 4배 늘렸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만 1년이 되는 지난달 8일 핵합의에서 정한 저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저장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원자력청은 이날 발표를 통해 이 1단계 조처를 실제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중수의 저장량도 핵합의상 한도(130t)를 곧 넘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이들 핵물질의 저장한도를 2031년까지 지켜야 한다. 이란은 2016년 1월 핵합의 이행 뒤 초과분을 오만, 러시아, 미국에 반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난달 3일 이란의 핵물질 반출을 돕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카말반디 대변인은 "부셰르 경수로의 연료로 5% 농도 농축 우라늄과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에 쓰기 위해 20% 농도의 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라면서 핵합의의 핵심인 농축 우라늄 농도 제한을 넘길 수 있다는 점도 강하게 시사했다.
아울러 핵합의에 의해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설계 변경(현대화) 중인 아라크 중수로도 유럽의 협조 여부에 따라 과거 설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라크 중수로 설계 변경은 중국이 담당했고 관련 부품과 설비는 유럽 서명국(영·프·독)이 공급해야 한다.
그는 "20% 농도 우라늄의 농축 시기, 아라크 중수로 변경 등을 포함해 핵합의 이행 수준을 줄이는 2단계 조처는 최고국가안보회의가 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처는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에 대응해 핵합의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핵합의에 따르면 상대방이 위반하면 우리도 이에 대응해 핵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핵합의 26조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 완화·해제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명시하고 이 제재를 복원하거나 추가 제재를 부과하면 이란은 자신의 의무(핵프로그램 제한) 이행을 중단할 근거로 삼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1단계 조처(핵물질 저장한도 초과)는 말미를 줬지만 2단계(우라늄 고농축 등)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유럽은 (핵합의를 지킨다고) 말만 하지 말고 서둘러 행동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핵합의는 폐기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8일 핵합의를 일부 준수하지 않겠다면서 60일(7월 7일) 안으로 유럽이 이란과 교역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라고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행 핵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지 못한다면서 이란이 핵합의를 어겼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지난해 5월 8일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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