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강연자료 "美와 핵담판 결과가 무엇이든" 언급…내부설득 주력
VOA 입수해 공개…통일부 "당국 판단 부적절…진위여부 검토해야 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정성조 기자 = 북한이 성공을 자신했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미국과의 핵 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이라며 비핵화 협상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당위성 선전에 몰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입수해 17일 공개한 군 장성 및 장교용 강습제강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인민군 주요 지휘관들에게 "노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 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난신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 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전력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금 미국놈들이 우리의 핵전력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서 핵무기를 빼앗아내려고 다음 단계의 협상을 하자고 수작을 걸어왔는데,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의 최후의 핵담판을 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노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 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실질적인 핵 폐기의 수순을 밟을 것에 대비해 사전에 장교 이상 군 지휘관들에게 그에 대한 명분과 당위성을 홍보해 '핵 포기' 선택의 충격을 누그러뜨리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군인과 주민들에게 핵무력 완성과 함께 핵보유국의 자긍심을 주입해 왔던 만큼 이와 상반되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납득할만한 논리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하노이 노딜' 이후인 지난 3월 15일 평양주재 대사관 관계자들을 불러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국내의 많은 반대와 도전과도 맞서오시었다"며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우리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수천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과 군수공업, 기득권과 일반 주민들도 북한의 핵 포기를 원하지 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가능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고 협상을 하는 와중이었으니까 핵을 버린다 하더라도 핵 국가의 능력은 유지되고, 전략 국가의 지위는 유지된다는 설득용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왜냐면 핵 무력을 완성했는데 왜 버리느냐 내부적으로 생길 수 있는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주민들에게는 설득해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아무리 김정은이라 해도 내부적으로는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담판하니까 쉽게 핵을 내놓지 않는다 이런걸 말하게 돼 있다"며 "내부 교육자료와 외교적 목표는 다를 수 밖에 없고 그걸 전제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조선노동당출판사에서 발행한 이 강습제강은 김 위원장의 군 주요 지휘관들을 만난 시점에 대해 '얼마 전'이라고 밝혀 작년 가을 정도로 추정된다. 강습제강은 군인과 주민들의 사상교육을 위한 강연자료로 사안과 대상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강습제강은 또 하노이 회담과 관련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핵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지배하고 우리 인민을 수십년간 괴롭혀온 미국의 사죄와 보상을 받아내고 세계의 힘의 질서를 미국이 아니라 우리 주체 조선을 중심으로 다시금 재편하시는 경이적인 사변을 만방에 선포하시게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민수경제 분야의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음이 읽힌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문건 관련) 보도 내용에 대해서 당국에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다만, 지금 보도에 나와 있는 강습제강이라는 그 문건의 사실 여부라든지 이런 것들을 검토해야 될 것 같고. 이 부분에 관해서 새롭게 알려드릴 사항이 있으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